여단 창설을 둘러싼 한미의 엇갈린 입장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와 정전협정 이행 업무를 통합하는 이른바 경비·정전집행여단 창설을 추진하면서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사령관과 직접 만나 창설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유엔사 측은 이 구상이 철회된 것이 아니라며 내부 조직 개편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발언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라 사실상 조직 개편이 이미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유엔사의 행보에 대해 협의가 부족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며 우려를 전달해 왔고, 안 장관도 취재진의 질문에 단호하게 창설을 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습니다.
DMZ 관할권과 전작권을 둘러싼 오랜 갈등
이번 논란이 단순한 조직 개편 문제를 넘어서 주목받는 이유는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둘러싼 한미 간의 입장 차이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DMZ 출입 권한 등을 규정하는 DMZ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반면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DMZ법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통제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엔사는 이번 여단 창설이 병력 증객이나 임무 확대가 아닌 지휘통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 재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측은 유엔사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정전협정 관리를 명분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한국군의 주도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독일군 연락장교 파견 시도가 한국 정부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있어 이번 사태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조직 개편을 넘어선 동맹 관계의 시험대
사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군의 전력과 위상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이후 유엔사의 역할도 상당 부분 축소되었는데요. 이런 현실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관할권만 강화하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대로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위해 충분한 소통과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당분간 양측은 수시로 대화를 이어가며 갈등을 관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단 창설 여부와 DMZ 관할권 문제가 향후 한미 간에 추가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동맹의 신뢰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