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영웅에서 사기범으로
아일랜드의 전설적 헐링 선수 DJ 케리가 가짜 암 투병으로 팬들에게서 약 6억 6천만 원을 갈취한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한때 '헐링계의 마라도나'로 불리며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그의 몰락에 스포츠계와 팬들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케리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자신이 암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족, 친구, 팬 등 22명으로부터 돈을 가로챘는데요. 특히 아일랜드 최고 부호인 사업가 데니스 오브라이언에게는 약 2억 원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코에 충전기 꽂은 위장술
그의 사기 수법은 매우 치밀했습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콧구멍에 아이폰 충전기 선을 테이프로 고정한 사진을 피해자들에게 보내며 암 투병을 위장했는데요. 의료용 산소 기구를 착용한 듯한 모습을 연출해 피해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증명 사진은 팬들의 선의를 악용하는 도구로 사용됐습니다.
케리는 피해자들에게 "병원 치료 중 과다 방사선 노출로 피해를 입었다",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곧 거액의 배상금을 받을 예정"이라는 거짓말까지 더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암 진단 기록이 전혀 없었고, 해외 치료를 받은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시작된 범죄
케리의 범행 배경에는 심각한 경제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은퇴 후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큰 빚을 지게 되면서부터였죠.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킬케니 허링팀에서 활약하며 올아일랜드 우승 5회, 올스타상 9회를 수상했던 그였지만, 사업 실패 후 점차 범죄의 길로 빠져들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은 케리가 암은 아니지만 심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과거 심장 수술을 받았다고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간의 선한 마음을 악용한 악랄한 범죄"라고 규정하며 엄중한 처벌을 내렸습니다.
드러난 진실과 남은 상처
케리의 사기 행각은 금융기관의 신고로 드러났습니다. 돈을 이체하려던 한 노인 고객의 수상한 행동을 직원이 인지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는데요. 조사 결과 그는 3년 동안 팬들로부터 약 6억 5천만 원을 갈취했고,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팬들의 돈을 편취한 혐의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한 팬은 "그가 암 투병 중이라는 말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돈을 보냈다"고 진술했고, 다른 피해자는 "거짓말에 속아 돈을 낸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틴 놀런 판사는 선고에서 "케리의 행위가 인간의 탐욕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악용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 스타와 팬 사이의 신뢰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신뢰를 배신했을 때의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