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방어선' 흔든 엘니뇨
2026년 엘니뇨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정점에 이를 전망입니다. 과학계는 이번 현상이 관측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국제사회의 1.5도 상승 억제선은 사실상 지켜지지 못했고,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세기말에는 2.8도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변화는 현장에서도 뚜렷한데, 2026년 10월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따뜻해진 바닷물을 따라 참치와 만새기, 귀상어, 바다뱀이 잇따라 목격됐습니다. 9월에는 서부 해안에서 처음으로 올리브바다거북 둥지가 발견됐죠. 해양생물의 이동 경로 변화는 기후 위기가 생태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구호 현장의 자금 절벽
가장 첨예한 문제는 인도적 지원 재원입니다. 옥스팜에 따르면 현재 엘니뇨 대응 기금은 약 4억 5천만 달러로, 2015년 50억 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은 1억 달러 목표 중 2천만 달러만 집행했고,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도 목표의 20% 수준 확보에 그쳤습니다.
자금 부족은 식량 위기로 이어집니다.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서는 홍수와 가뭄이 겹치며 6천2백만 명의 식량 안보가 악화됐습니다. 남수단에서는 8백만 명이 식량 불안에 내몰렸고, 2백만 명의 아동이 급성 영양실조를 겪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1천6백만 명이 추가로 식량 불안에 직면할 전망입니다. 유엔의 공식 엘니뇨 결의안이 아직 채택되지 못한 점도 공동 대응을 늦춥니다.
적응과 대비, 남은 숙제
구호단체들은 현장 중심의 적응 사업도 병행합니다. 필리핀과 동티모르, 인도네시아에서는 조기 경보 체계와 빗물 저장 시설, 기후 스마트 농법을 보급합니다. 케냐에서는 현금과 위생 키트를 지원하고, 중남미에서는 식량 바우처와 종자 은행을 운영합니다.
옥스팜은 선진국과 기부국에 즉각적인 기금 증액과 부채 탕감, 기후 적응 투자를 요구합니다. 단기 구호와 장기 적응을 함께 밀어붙이지 못하면 엘니뇨의 충격은 취약국에 더 오래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역대급 엘니뇨가 예고된 만큼, 국제사회의 대응 속도가 향후 피해 규모를 가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