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의 새로운 경쟁 구도
AI 시대를 이끌 메모리 반도체의 주역이 HBM에서 HBF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샌디스크가 고대역폭 낸드(HBF)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포스트 HBM' 경쟁이 본격화되었는데요. HBF는 낸드의 대용량·저비용 장점을 활용해 HBM의 한계를 보완할 차세대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HBM은 AI 서버용 GPU에 직접 장착되는 D램 패키지로 초고속 대역폭을 자랑하지만, 비용과 용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HBF는 HBM의 속도에 준하는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용량은 8~16배 늘리고 전력 소모는 약 40%나 낮출 수 있어 대규모 AI 학습 및 추론 서버에서 HBM의 병목 현상을 완화할 '중간층 메모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선두 주자들의 기술 경쟁
SK하이닉스는 이미 샌디스크와 HBF 기술 표준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 개발에 나섰습니다. 두 회사는 사양 정의, 인터페이스 규격 통일, 생태계 구축을 함께 추진 중이며, 2026년 하반기 샘플 칩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OCP 글로벌 서밋에서 HBF 기술을 공개하며 자사 'AIN 패밀리' 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연장선입니다.
삼성전자도 HBF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재혁 삼성전자 CTO는 최근 플래시 메모리의 고속화와 칩 간 멀티 본딩 필요성을 언급하며 HBF 관련 기술 개발을 시사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보유한 3D V-NAND 적층 기술과 TSV 본딩 역량을 활용해 'HBM + HBF 하이브리드 패키지' 구조를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재편의 시작
SK하이닉스는 미국 OCP 글로벌 서밋에서 AIN P(성능), AIN D(용량), AIN B(대역폭) 세 종류의 AI 낸드 제품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AIN B는 낸드 적층을 통해 대역폭을 확장한 HBF 제품으로, 향후 HBM과 함께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기업용 eSSD 시장 점유율이 1분기 20.8%에서 26.7%로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39.6%에서 34.6%로 하락했습니다.
이러한 점유율 변화는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 효과와 QLC 제품군 경쟁력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스토리지 수요 폭증에 힘입어 eSS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HDD를 대체할 유망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미래 메모리 시장의 방향성
HBF는 아직 상용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AI 반도체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혁신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팹에 첫 장비를 반입하며 HBM 등 D램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HBF 개발팀을 꾸리는 등 경쟁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은 단순히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을 넘어, 전체 AI 생태계의 발전 속도와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AI 시대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 경쟁이 이제 HBM을 넘어 낸드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