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대신 택한 카드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상장 검토를 접었습니다. 지난 10월 23일 공시로 프리IPO와 IPO 계획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는데요.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해 세운 솔리다임을 별도 상장시키면 모회사와 사업이 겹치는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이 컸습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미국 상장이라 하더라도 국내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 보호 의무가 적용된다고 못 박았죠.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주 영향평가와 동의 표결, 공시 의무가 따라붙고 위반 시 10억원 위약금과 매매정지 같은 제재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여기에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약세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커졌습니다.
자금 조달 우려, 뚜껑 열어보니
상장을 접으면 실탄이 마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솔리다임 시설 투자와 국내 신규 공장 건설에 들어갈 돈을 외부에서 끌어오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였죠. 하지만 증권가 시각은 달랐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잉여현금흐름을 180조원, SK증권은 내년 260조원 안팎으로 내다봤습니다.
근거는 반도체 호황입니다. KB증권은 20262027년 합산 영업이익이 648조원에 이를 것으로 봤고, 2027년 메모리 생산 물량의 7080%는 글로벌 빅테크와 맺은 5년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이미 확보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내부 현금만으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28일 실적 발표가 분수령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공시 다음 거래일인 2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 초반 2%대 상승하며 131만원대를 회복했습니다. SK스퀘어도 동반 상승했고 코스피 지수도 힘을 받았습니다.
관심은 주주환원으로 옮겨갑니다. 키옥시아 지분 매각 차익의 80%를 특별배당으로 돌린다는 관측이 나오면서인데요. 규모는 약 16조원으로, 지난해 배당 총액 2조1000억원의 7배 수준입니다. 회사는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배당 시점과 분할 지급 여부 등을 함께 내놓을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분 희석 우려가 있더라도 성장 과실이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