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추도사와 이례적인 단체 참배
2026년 8월 15일, 일본의 패전일을 맞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발표한 추도사에서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 언급이 사라졌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13년 만에 되살렸던 반성의 기조가 불과 1년 만에 뒤집힌 것인데요. 같은 날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핵심 간부 4명 전원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마쳤고, 이는 이례적인 단체 행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당초 자민당 간사장, 총무회장, 선거대책위원장 등 핵심 보직자 3명이 15일에 먼저 참배했고, 지바현 폭우 대응으로 일정을 미뤘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이 16일 이어 참배하면서 당 지도부 전원의 참배가 완료되었습니다. 자민당 핵심 간부들이 이처럼 단체로 참배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일본 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총리와 내각의 엇갈린 행보
다카이치 총리는 직접적인 참배 대신 공물 대금만 봉납했으며, 신사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절을 올리는 요배 방식으로 예를 표했습니다. 이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총리의 신중한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내각 핵심 인사들의 행보는 달랐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을 비롯한 현직 각료 4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찾았고, 특히 고이즈미 방위상은 현직 방위상으로서 2년 만에 참배를 강행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추도사에서 반성을 빼고 전쟁 참화를 반복시키지 않겠다는 표현만 남겼는데, 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하는 모습입니다. 같은 시기 나루히토 일왕은 깊은 반성을 언급하며 대조적인 메시지를 냈고요. 일각에서는 자민당 간부들의 단체 참배가 향후 다카이치 총리의 직접 참배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과 중국, 외교 채널로 강력 대응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으로, 일본 정치인들의 참배가 있을 때마다 주변국의 반발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에도 한국과 중국은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아태국장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고, 국방부 역시 주한 일본 방위주재관을 불러 고이즈미 방위상의 참배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외교부는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개탄하며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촉구했고요. 중국 외교부 역시 야스쿠니 신사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행보가 전후 국제질서를 도발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이처럼 다카이치 정부 들어 일본의 역사 인식과 안보 정책이 우경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동아시아 외교적 긴장감도 함께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