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가 켜져도 개미는 샀다
한국거래소의 시장경보 제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소수 계좌에 매매가 쏠릴 때 거래소는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세 단계로 종목을 지정해 위험을 미리 알립니다. 그런데 이 경보가 실제로 투자자를 얼마나 지켜주고 있는지를 두고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지정된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은 모두 1,548건입니다. 이 가운데 1,050건, 전체의 67.8%가 지정 후 20거래일 안에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20% 이상 하락이 636건, 30% 이상 급락이 398건으로 네 건 중 한 건꼴입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 때 개인이 받았다
더 눈에 띄는 건 경보가 뜬 뒤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멈추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난 8월 지정된 41개 종목 중 13개, 31.7%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하는 사이 개인은 순매수로 맞섰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기술입니다. 지정일부터 18일 동안 개인은 859억 원어치를 사들였고, 같은 기간 외국인은 492억 원, 기관은 366억 원을 팔아치웠습니다. 성호전자 229억 원, 원익홀딩스 206억 원, 오이솔루션 146억 원, 금호전기 134억 원 등도 개인이 물량을 받아낸 종목들입니다. 투자위험 단계 119건의 20거래일 뒤 평균 주가 변동률은 -15.6%로, 경보 수위가 높을수록 낙폭도 컸습니다.
규제 완화와 안전판 사이
논란의 배경에는 올해 4월의 제도 변경이 있습니다. 거래소는 해외 기준에 맞추고 과도한 규제를 덜어낸다는 취지로 경보 종목 매수대금의 100% 현금 위탁증거금 징수 의무를 폐지했습니다. 신용거래 금지와 매매거래 정지 같은 과열 억제 장치는 그대로 두되, 빚을 내 투자할 여지는 넓힌 셈입니다.
박 의원은 시장경보가 급등 종목에 뒤늦게 뛰어드는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핵심 안전장치라며,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위험 고지와 이상거래 감시는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보가 켜진 뒤에도 개인의 매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도가 위험을 알리는 데 그칠지 실제 보호 장치로 작동할지가 남은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