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흔든 은행 자본비율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국내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이후 환율 하락으로 은행들이 0.5~0.6%포인트의 자본버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그동안의 부담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2022년 1분기 말부터 올해 2분기 말까지 환율이 330.7원 오르는 동안 국내 은행의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은 51.3%나 급증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과 통화파생상품 평가액이 함께 늘어나 자본비율을 끌어내리는 구조입니다. 2022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는 약 1.5%포인트의 하락 압력이 쌓였습니다.
165원 내려간 환율, 남은 건 자본버퍼
반전은 7월부터 시작됐습니다. 6월 155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8월 말에는 6월 말 대비 165원이나 떨어졌는데요. 한국은행은 과거 환율 하락기 데이터를 토대로 이 기간 외화 RWA가 9.3~15.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정수 부총재보는 "환율이 100원 하락할 때마다 은행 자본비율이 0.3~0.4%포인트 개선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본비율이 회복되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여력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환율 상승기에도 은행권 유동성 충격은 제한적이었습니다. 6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14%로 감독기준을 크게 웃돌았고, 파생거래 변동증거금도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의 7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되돌림일까, 쏠림일까
증권·보험업계가 받은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증권사의 외환위험액은 전체 위험액의 3.4%에 그쳤고, 보험사는 대부분 통화파생상품으로 환헤지를 해 환율 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원화 강세를 과도한 쏠림이 아니라 펀더멘털을 반영한 되돌림으로 해석합니다. 김신영 외환분석부장은 "외국인 주식 매도로 올랐던 환율이 외환 수급 개선과 기초체력을 반영해 되돌아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장 부총재는 "가격 변수는 레벨뿐 아니라 속도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특정 방향 쏠림이 나타나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주요국 정책금리와 국채금리 향방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어서입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리스크 대응과 대출 여력 확보를 동시에 챙겨야 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