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논쟁의 시작
12월 3일,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내부에선 사과와 정당화라는 두 개의 길이 뚜렷이 갈라졌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밝히며 사과 대신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그 자신의 과거 행보와 배치되는 모습이었고, 당내외에서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한 사건을 두고 당 내부에서도 공식적인 사과와 옹호가 동시에 나오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죠.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권영진, 엄태영, 안철수 의원 등 초·재선 의원 25명은 공동 사과문을 통해 계엄을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국회를 방문해 “국민이 ‘이제 그만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당내에서도 터져 나온 비판의 목소리
장 대표의 ‘계엄 정당화’ 발언은 당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김재섭 의원은 이 발언이 ‘또 다른 계몽령’과 같다며 실망감을 표출했습니다. 그는 “취임 100일을 맞아 계엄으로 상처받은 국민에 대한 사과와 성찰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 있었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장 대표가 과거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점을 들며 “불가피했던 계엄이었다면 왜 표결에 참여했는가”라고 논리적 모순을 꼬집었습니다.
권영진 의원은 장 대표의 태도를 ‘반쪽만 이야기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민심을 잃고 잘못을 깨닫지 못하면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당의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이러한 내부 비판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한동훈 전 대표의 경고는 더욱 단호했습니다. 그는 “계엄 정당화 메시지가 나오는 순간 모든 논쟁이 끝난다”고 단언했죠.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이러한 메시지를 ‘치트키’처럼 활용해 폭주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모든 싸움에서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계엄 논란을 정치적 화약고로 보는 당내 일부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강력 공세와 ‘내란 공범’ 규정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국민의힘의 분열된 모습을 강력히 공격했습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장동혁 대표의 발언에 대해 “내란 공범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논리를 반복하며 ‘내란 세력의 주장을 확산시키는 행태’라고 규정했죠.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장 대표가 극우 지지자의 환호에 취해 맥락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의 공세는 단순히 장 대표 개인을 넘어 국민의힘 전체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에 동화되었으며, 장 대표를 포함한 당 전체가 ‘위헌 정당’이라고 주장하며 법과 역사 앞에 심판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야당의 공격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이미지 치유와 통합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선거 앞둔 당의 난제와 미래
이 모든 논란은 결국 내년 지방선거라는 커다란 그림자 아래 펼쳐지고 있습니다.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의 발언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자꾸 소환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싸우는 정당’을 표방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장 대표의 전략과, 과거의 오류를 청산하고 새 출발을 원하는 내부 개혁 세력의 요구가 충돌하는 모습입니다.
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계엄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계엄 사과의 반복적 언급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이 문제가 당의 미래와 직접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망령’에서 벗어나 ‘윤네버’가 되어야 한다는 내부 주장과,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현 지도부의 고민 사이에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1년 전의 사건이 오늘날까지 당의 정체성과 미래를 가르는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민의힘이 내년 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여 대결 구도를 넘어, 과거에 대한 성찰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사과와 정당화의 갈림길에서 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미래가 결정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