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5800선을 돌파하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국내 증시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개방을 조건으로 한 이 합의 소식이 전해진 4월 8일,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6% 가까이 급등하며 5800선을 단숨에 돌파했는데요. 상승 폭이 너무 커서 프로그램 매수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였습니다. 코스닥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확연히 돌아선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 같은 격랑은 전날까지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대비됩니다. 불과 하루 전인 4월 7일에는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감에 코스피가 강보합에 그쳤습니다. 결국 시장을 진정시킨 건 실적 호전보다는 ‘전쟁 리스크’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었던 셈이죠.
외국인·기관 매수 vs 개인 투자자 손실
휴전 소식 이후 시장의 수급 구도는 뚜렷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각각 1조 원 안팎의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승을 주도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3조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장 초반 개장 직후부터 프로그램 매수호가가 정지될 정도로 매수세가 집중된 데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뼈아픈 하루였습니다. 직전까지 중동 정세 불안을 이유로 코스피 하락에 베팅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대량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6% 이상 급등하면서 상당한 평가 손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반면, 국제 유가 하락을 예상해 원유 인버스 상품에 투자한 이들은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희비가 엇갈렸죠.
한편, 주목받은 건 역시 반도체 대장주들의 강력한 반등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1만 전자’를, SK하이닉스는 ‘100만 닉스’를 다시 회복하며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24원 이상 급락해 1470원대에 안착하며 자금 유출입 심리도 안정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트럼프식 합의’의 향방과 시장 전망
이번 휴전 합의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방식을 떠올리는 분석이 나옵니다. KB증권의 이은택 연구원은 이번 협상 과정이 과거 미중 무역 갈등 때 보였던 ‘휴전과 유예 반복’ 패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즉, 완전한 종전 합의보다는 당장의 충돌을 멈추고 추가 악재를 방지하는 ‘임시 합의’ 형태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시장 낙관론은 2주 후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휴전 기간 동안 이뤄질 후속 협상의 결과와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한 귀환 여부 등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결국 이번 증시 강세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정점을 통과했다는 신호로 읽히는 만큼, 투자 심리의 근본적인 반전 여부는 앞으로의 협상 행보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