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봉쇄 선언에 사우디 원유선 긴급 회항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새로운 고조를 맞았습니다. 후티는 지난 20일 그리니치 표준시 기준으로 효력을 발효시키며 사우디의 모든 항구 이용을 금지했고, 이를 어기는 선박은 작전 반경 내 어디서든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실 봉쇄 선언 하루 만에 실제 항로 변경이 속출했습니다. 사우디 서부 얀부항에서 중국과 인도로 향하던 원유선 2척이 홍해 남쪽에서 급거 유턴했고, 다른 유조선 역시 홍해 진입 직전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처럼 선박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후티의 위협이 단순한 경고를 넘어 실제 물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사우디 원유 하루 약 250만 배럴의 운송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제 유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 막히면 유가 급등 불가피
이번 사태가 심각한 이유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동맥을 노렸기 때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 사우디가 대체 수송로로 활용하던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막히게 되면, 이른바 '더블 초크포인트'가 현실화됩니다.
물론 현재까지 홍해의 상업 선박 통항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게 미군 합동해양정보센터의 공식 평가입니다. 다만 후티가 이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 미사일과 드론을 배치해 공격 준비를 마쳤다는 정보가 확인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전략비축유가 198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공급망이 이중으로 차단되면, 브렌트유가 현재 배럴당 90달러에서 12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 직격탄 우려와 외교적 해결 가능성
이번 위기는 지리적으로 멀어 보이는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중동산 원유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은 수입 물가 상승과 환율 변동을 동반한 고유가·고환율·고물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우디 얀부항을 통해 수출되는 원유의 80% 이상이 동아시아로 향하고 있어,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도 피해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무력 충돌 속에서도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는 남아 있습니다. 카타르 등 중재국들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 열흘간의 휴전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만 양측의 반응이 아직 미지수라 전면전 장기화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의 봉쇄가 현실화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단기적인 물가 대응을 넘어 수입처 다변화와 공급망 재점검 같은 근본적인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