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끝난 다음 날 민망한 퇴직
외교부가 미래 외교 인재를 키우겠다며 매년 43억에서 47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 세계적인 교육기관으로 직원을 파견하는 국비연수 제도인데요, 최근 이 제도가 내부 문제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직원들이 줄줄이 퇴직하면서 국민 세금이 허투로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겁니다.
사실 최근 3년간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고 떠난 사례는 4건에 달했습니다. 이로 인해 외교부가 환수한 금액은 총 3억 3,410만 원입니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연수를 마친 한 공무원은 연수가 끝난 다음 날 바로 퇴직을 해서 약 1억 8,440만 원이 환수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세금으로 마련된 고급 교육의 혜택을 보자마자 조직을 떠난 셈이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외교부 내부뿐 아니라 국정감사장에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버드와 스탠퍼드로 가는 35명
외교부 국비연수는 직무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년 약 35명을 해외로 보내는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에는 35명 중 22명이 미국으로 갔고, 2025년에도 미국 16명, 스페인 4명 등이 파견되었습니다. 2026년에는 미국 14명, 영국 5명, 독일 3명, 일본과 러시아 각 2명이 런던정경대와 듀크대 등에서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교육기관에서 최신 외교 이론과 실무를 배우는 자리입니다. 학비와 체제비, 의료보험료까지 국가가 전액 부담하며 외교 인재 육성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혜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에 따라 연수생은 연수 기간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외교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합니다. 연수를 통해 쌓은 전문성을 실제 공직 현장에서 활용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장치인데요, 일부 연수생들이 이 약속을 어기고 조기 퇴직을 선택하면서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환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
외교부는 남은 의무복무 기간에 비례해 연수 비용을 환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출된 예산과 함께 다른 후보자에게 돌아갔을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기헌 의원은 일부 직원이 개인 경력 쌓기 수단으로 연수를 악용하고 있다며, 선발 단계부터 복무 의지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돌려받는다고 해서 국가적 손실이 메워지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당연히 제도 전체를 폐기할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 외교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해외 학술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전문가 양성은 필수적입니다. 다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비연수가 개인의 스펙 쌓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앞으로 외교부가 어떤 방식으로 선발 기준을 강화하고 복무 이행을 관리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