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돌파에 금융시장 '덜덜'…추석 앞 물가 비상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4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9월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브렌트유는 101달러 선을 넘어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유가 급등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공포로 이어져 미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당연히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하락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1,339원을 넘어 1,340원대 중반까지 밀려올랐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은 민생 물가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민생 품목 중심의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급망이 곳곳에서 막히고 있습니다
이번 유가 급등은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유조선과 상선을 겨냥한 무차별 공격을 주고받았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하루 동안 20척의 선박을 공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항구를 장악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은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중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파나마운하는 심각한 가뭄으로 통행량이 크게 줄었고, 흑해 지역의 송유관 파괴도 원유 수출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걸프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400만 배럴가량 감소할 경우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이처럼 뱃길이 곳곳에서 막히면서 유가 상승은 단기적인 충격을 넘어 구조적인 위기로 번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그림자와 시장의 선택
고유가는 이미 금융시장에 인플레이션 재점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5.4%나 상승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4.9%를 돌파하며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74%로 반영하고 있는데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내릴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백악관 핵심 참모들은 분쟁이 2029년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정부는 추석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유가와 물류비 상승은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합니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원유 인버스 ETF를 대거 매수하며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다만 유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요동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이며, 시장은 11일에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