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팩토리 시대, 한국을 선택한 젠슨 황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닷새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그가 얻어낸 가장 큰 성과는 단연 SK하이닉스와의 다년 간 메모리 수급 계약이었는데요.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과 AI PC 'RTX 스파크'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메모리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 셈입니다. 황 CEO는 이 계약이 양사 모두에게 유익한 윈윈이 될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죠.
물론 이번 방한은 단순 계약을 넘어섰습니다. 젠슨 황은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잇달아 만나며 한국 전 기업을 아우르는 AI 동맹을 구추했죠. 특히 삼겹살과 소주를 나눈 이른바 '삼소 회동'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이 자리에 모인 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만 1경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컸습니다.
삼성·SK·LG·현대차, 제각각 다른 동맹의 속내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기업마다 색깔이 뚜렷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제조 현장에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도입해 디지털 트윈과 자율 이동 로봇 운영을 고도화했는데요. 이는 반도체 경쟁이 공정 기술을 넘어 AI 활용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도입하며 제조 환경 전반을 바꾸고 있죠.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각 세종'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기가와트급 AI 팩토리를 구축합니다. 반면 카카오는 구글과 오픈AI를 택해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했죠. 강점이 다른 만큼 전략도 달라진 겁니다. 인프라가 강한 네이버는 B2B 글로벌 시장을, 플랫폼이 강한 카카오는 이용자 경험을 노린 것이죠.
LG그룹은 피지컬 AI와 모빌리티,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전방위로 협력 범위를 넓혔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젠슨 황 CEO 가족과 평냉 오찬을 나누는 등 개인적 신뢰를 다지는 데 무게를 뒀는데요. 다른 총수들과 달리 배우자와 2세까지 동반한 이 만남은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선 전략적 관계를 보여줍니다.
90조원 투자와 과열 우려 사이
네이버가 추진하는 AI 팩토리는 2032년 기가와트급 완성을 목표로 하지만, 필요한 자금이 최대 9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가용 현금이 8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재원 조달 방안이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해외 인허가와 전력망 확보도 변수입니다. 네이버는 단계별 일정을 조율하며 리스크를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죠.
반대로 시장의 낙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젠슨 황은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을 "주식을 싸게 살 기회"라고 표현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위험한 투자 조언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시장의 과열을 지적하며, 단순한 호재성 발언에 기댄 투자가 닷컴 버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사실 이번 방한은 한국이 단순한 반도체 공급처를 넘어 피지컬 AI와 데이터센터, 제조 현장을 아우르는 핵심 파트너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거대한 투자와 시장 과열 사이에서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행보가 증명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