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를 둘러싼 긴장과 휴전 제안
흑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공방이 국제 곡물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제3자를 통해 러시아 측에 흑해 내 민간 표적에 대한 공격을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이는 양국이 서로의 수출항과 선박을 집중 타격하면서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온 유화 제스처로 풀이됩니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곡물 수출과 관련된 항만 시설과 민간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러시아는 아직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국 수출망 차질과 세계적 파장
사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곡물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입니다. 러시아는 연간 4,300만~5,500만 톤의 밀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도 세계 밀 수출의 약 6%, 옥수수의 약 11%를 차지합니다. 두 나라가 세계 밀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어 흑해 수출망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식량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교전 격화로 양국 모두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항 공격으로 선주들이 기항을 중단하면서 이달 곡물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76%나 급감했습니다. 철도와 다뉴브강 등 대체 경로가 있지만 수송 능력이 제한적이라 경제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노보로시스크항 등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피해를 보면서 곡물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특히 우크라이나는 최근 노보로시스크의 곡물 터미널 기반시설까지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국제 곡물 가격에 즉각 반영됩니다. 흑해 지역의 긴장 고조로 수출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넥스트 밀 가격이 상승했고, 시카고 밀 선물도 지난달 부셸당 7달러를 넘어 2023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의 반응과 불확실한 전망
물론 시장은 휴전 가능성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휴전 관련 보도가 나오자 유로넥스트 밀 가격은 2주 만에 최고치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요. 이는 흑해 항로의 정상화 여부가 글로벌 곡물 시장의 핵심 변수임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러시아의 반응은 신중한 편입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외무차관은 여러 경로로 관련 요구가 전달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공식적으로 접수한 제안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 곡물협정 역시 2023년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사실상 종료된 바 있어, 이번 제안이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9월 중순부터 본격화되는 옥수수 수확철을 앞두고, 양국 모두 해상 수출로의 조속한 복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다만 양측이 서로의 책임을 전가하며 공격을 확대하고 있어 흑해 민간 항로가 전장으로 변하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