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빈자리, 원자 밀도가 아닌 거리가 관건
스마트폰과 TV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IGZO 산화물 반도체는 저온에서도 박막을 만들 수 있어 편리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산소 자리가 비는 결함이 생기면 전류 흐름과 작동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는데요. UNIST 정창욱 교수 연구팀이 이 산소 빈자리 결함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결함의 성질이 반도체 전체의 원자 밀도가 아니라, 결함 주변 금속 원자 사이의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금속 원자 간 거리가 가까우면 전자가 빈자리 주변에 갇히고, 거리가 멀어지면 전자가 박막 전체로 퍼지는 메커니즘이 확인된 것이죠. 이는 전자가 머무는 에너지 위치인 결함 준위의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열처리와 압축의 상반된 효과를 하나로 풀다
사실 기존 학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열처리와 압축 공정 모두 원자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인데요. 이번 연구는 이 모순을 해결했습니다.
열처리는 단순히 밀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원자들이 안정적인 위치로 재배열되면서 핵심 금속 원자 간 거리를 벌리는 '구조 완화' 효과를 가져옵니다. 반면 압축 응력은 금속 원자를 가까워지게 해 전자를 결함 주변에 갇히는 전자 트랩으로 작용하게 합니다. 인장 변형 역시 원자 간 거리를 벌려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도너 상태를 늘리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과 제일원리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해 이 같은 원리를 정밀하게 검증했습니다. 이를 통해 열처리나 응력 설계로 결함의 전기적 역할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디스플레이를 넘어 차세대 메모리까지
이번 연구는 단순한 이론적 성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 조건으로 산소 빈자리 결함의 전기적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인데요. 문턱전압과 전류의 온-오프 특성, 소자 신뢰성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설계가 가능해진 셈입니다.
당연히 디스플레이용 박막트랜지스터뿐 아니라 차세대 D램이나 메모리 소자, 센서 및 멤리스터 등 다양한 반도체 소부장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입니다. 특히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주목하는 차세대 메모리 공정 설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