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위협 등급이 된 동맹국
미국 국방부가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방첩 위협 수준을 최고 단계인 '심각(critical)'으로 격상했습니다. 동맹국 간 정보력 경쟁이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데요. 미 국방정보국과 군 정보기관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핵심 외교안보 라인을 대상으로 도청과 감청을 시도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에 주둔 중인 미군 요원들의 휴대전화에서 도청 소프트웨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첩보 활동이 일반적인 동맹 간 상호 감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2021년에는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이 국방정보국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적발되었고,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가 미국 비밀경호국 차량에 도청 장치를 심으려다 현장에서 걸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누적되면서 미국 내에서는 이스라엘의 정보 수집 공격성이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란 협상을 둘러싼 갈등의 이면
이번 위협 등급 격상 뒤에는 이란 전쟁과 종전 협상을 둘러싼 양국의 뚜렷한 시각 차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속한 협상 타결을 통해 중동의 긴장을 낮추고자 하는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 교체와 헤즈볼라의 완전한 무력화까지 염두에 둔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협상을 이끄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 마이클 디미노 부차관 등 미 협상 핵심 라인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미국 측은 협상 과정에서 자국 입장을 미리 파악하려는 이스라엘의 움직임이 명백히 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백악관과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은 관련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첩보 활동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 정상 사이에도 균열이 감지되는 상황인데요.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레바논 군사작전 확대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거친 언사로 강한 불만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군사 공조에 불어닥친 먹구름
이번 사태로 인해 양국 간 군사 정보 공유 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전술 및 작전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란과 레바논 전장에서 긴밀하게 연계해 온 미 중부사령부와 이스라엘 간의 군사 계획 통합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졌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동맹국 중에서도 유례없이 높은 위협 등급을 부여받은 만큼, 양국 간의 불신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영원한 신뢰만은 없다는 국제 정치의 냉혹한 단면이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입니다. 향후 미국이 실제로 정보 공유를 제한할 경우, 이스라엘의 중동 작전 수행 능력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