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상자에 숨은 2억 원어치
경남 통영해양경찰서가 동남아 국적 외국인 선원 10명을 마약류 밀반입과 유통, 투약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필로폰 20.61g과 엑스터시 12알을 국제우편으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압수된 필로폰은 1,374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로는 약 2억 원에 달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은닉 수법입니다. 건강보조식품인 영양제 포장지 사이에 마약을 끼워 넣고 수출입 서류까지 꾸며 검색을 피한 겁니다. 일반 우편물로 위장한 탓에 육안 검색만으로는 걸러내기 쉽지 않은 구조였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6개월 넘게 물량을 여러 차례 나눠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선원에서 가공업체까지
유통망은 해양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됐습니다. 중간 유통책이 국내에 들어온 마약을 넘겨받아 경남 서부 남해안의 수산물 가공업체 외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어선원에게 판매하거나 함께 투약한 겁니다. 구속된 10명 가운데 8명은 필로폰을 직접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신분도 들여다볼 대목입니다. 9명은 어업 분야 고용허가제로 입국했지만 일부는 체류 기간이 끝난 불법체류자였고, 나머지 1명은 아예 밀입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합법적으로 들어온 인력과 불법 체류자가 한데 섞여 국내에서 친분을 쌓고 범행을 이어간 셈입니다.
남은 두 명, 남은 질문
수사는 제보에서 출발했습니다. 해경은 관련자 진술과 금융거래 내역, 통신자료,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현장에서 확보한 마약류와 흡입 도구를 맞춰보며 밀반입 경로와 유통망을 연결했습니다. 검거는 통영과 고성 등지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다만 끝난 건 아닙니다. 현지로 달아난 국내 유통책 1명과 공급책 1명은 인터폴 수배와 국제공조 수사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해경은 마약이 수산물 가공업체와 어선원까지 파고든 정황을 확인한 만큼 수사 범위를 넓힐 방침입니다. 옥현진 통영해양경찰서장은 밀반입에서 투약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끝까지 추적했다며 국내외 기관과 협력해 차단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우편이라는 통로가 얼마나 손쉽게 악용될 수 있는지, 이번 사건이 던지는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