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순간, 진짜 고민은 그제서야 시작됩니다. 특히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을 가진 분들의 경우,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데요. 이런 ‘의료와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국 지자체와 의료기관이 손을 잡고 나섰습니다. 지난 3월 초만 해도 연제구, 청송군, 철원군 등에서 잇따라 병원과의 협약 소식이 전해졌을 정도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 모든 움직임의 중심에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서비스를 늘리는 것을 넘어, 병원 중심의 돌봄 체계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돌봄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겁니다.
당연히 이 법률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취약지 공모사업’이죠. 의료나 복지 서비스 접근성이 현저히 낮은 도서·벽지 지역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아, 4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에 들어갑니다. 인천, 강원, 충남, 전북, 전남, 제주 등 6개 시·도가 선정됐는데요, 이는 기존에 사각지대였던 지역에 촘촘한 돌봄 안전망을 씌우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지역마다 다른 해법, 하나의 목표
통합돌봄의 핵심은 ‘맞춤형’입니다. 모든 지역에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인구 구성, 지리적 조건, 기존 자원 등을 철저히 분석해 필요한 서비스를 설계하는 거죠. 농어촌과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공모사업만 봐도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 전북도는 남원, 임실, 순창의 면지역 주민을 위해 심리, 영양, 주거, 운동 서비스를 묶은 ‘온감 패키지’를 준비했습니다. 반면, 섬이 많은 전남도는 고흥, 완도, 진도, 신안에서 AI 로봇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라는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접근이 어려운 지리적 조건을 기술로 보완하려는 시도입니다.
도시 지역의 접근법은 또 다릅니다. 안산시는 2019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참여하며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왔는데요. ‘안산형 방문주치의’, 재택의료센터, 약사 방문복약지원 등 기존 국가 사업을 넘어서는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다학제 팀(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맞춤 케어플랜을 수립하는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는 의료와 일상생활 지원의 경계를 허무는 모델입니다. 철원군의 경우, 군 내 14개 수행기관과 협약을 체결해 가사 지원, 방문 이·미용, 주거 개선 등 일상생활 전반의 서비네트워크를 구축했죠.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은 모두 한 가지 명확한 목표를 공유합니다. 바로 사람들이 오래 살아온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연제구가 연산인제요양병원, 연제일신병원, 세움병원 등과 잇따라 협약을 체결한 배경에도 같은 논리가 있습니다. 병원에서의 치료가 끝난 환자, 특히 65세 이상 고령 환자들이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건강 관리와 사회적 연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병원과 구청이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죠.
촘촘한 안전망이 만드는 미래
통합돌봄 정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효과는 다층적입니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불필요한 재입원을 줄이고 만성질환 관리를 원활히 해 의료비를 절감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지역사회 유대감을 강화하며, 결국 개인의 존엄한 삶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는 점입니다. 청송군이 안동의료원, 복주회복병원과 협약하며 강조한 것처럼, 이 협력은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삶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토대를 마련합니다.
물론 과제도 없지 않습니다. 인력 부족, 예산 확보, 복잡한 기관 간 조율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장애물은 많습니다. 특히 농어촌·도서 지역에서는 인력과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AI 로봇 도입 같은 기술적 해법 모색, 사회서비스원의 직접 서비스 제공, 사회적기업 참여 유도 등 다양한 시도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입니다. 안산시의 사례가 보여주듯, 한 지역에서 검증된 모델은 다른 지역에 귀중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우리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창의적인 시행착오와 협력 사례들이 모여, 병상이 아닌 집과 마을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돌봄 문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