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모임에서 시작된 신뢰
SNS 등산 소모임에서 만난 지인에게 뇌종양 말기 환자 행세를 하며 1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최지헌 판사는 사기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A(52)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는데요. 피해액은 1억 2800여만 원으로, 9개월 동안 51차례에 걸쳐 나눠 건네진 돈입니다.
범행의 출발점은 평범한 취미 모임이었습니다. 별다른 수입이 없던 A씨는 모바일 소모임에서 알게 된 B씨에게 자신이 15억 원 상당의 오피스텔과 토지를 보유한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여기에 뇌종양 말기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라는 상황을 덧붙였죠. 부동산이 매각되면 갚겠으니 우선 치료비를 빌려 달라는 요청이 이어진 겁니다.
51차례에 걸친 송금, 위조된 차용증
문제는 이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B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간 A씨의 말을 믿고 돈을 보냈습니다. 한 번에 거액을 요구한 게 아니라 치료비 명목으로 조금씩 반복해 요청한 방식이었습니다.
B씨의 남편이 차용증 작성을 요구하자 A씨는 허위 주민등록번호를 적은 차용금증서를 만들어 건넸습니다. 사문서위조 혐의가 붙은 이유입니다. 앞서 2023년 4월에도 사기죄로 징역형을 살았던 전력이 있는데, 이번 범행은 누범 기간 중에 벌어졌습니다.
법원이 무겁게 본 세 가지
재판부가 가장 주목한 건 피해 회복 여부였습니다.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됐습니다. 여기에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과 누범 기간 중 범행이라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반대로 A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은 참작 요소로 검토됐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본 셈입니다. 취미 모임을 매개로 한 친분이 금전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이 무너질 때 남는 건 기록과 증거뿐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