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만 관객 몰린 박물관, 5만 원 글씨에 흔들리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떠오른 시점에 관장이 불명예 퇴진을 맞았습니다. 유홍준 전 관장은 10월 22일 박물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개인의 실수로 박물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퇴임하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요. 80여 년 역사에서 관장이 개인 사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첫 사례입니다.
박물관은 최근 드라마 '케데헌' 인기에 힘입어 관람객 650만 명을 넘어섰고, 뮷즈 기념품이 완판되는 등 국내외 관심이 쏠린 곳입니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주는 타격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셀프 출품'에서 드러난 균열
문제는 지난 7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유 전 관장이 2019년 경매에서 5만 원에 낙찰받은 유묵을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해 전시했는데, 검증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작품으로 확인된 겁니다.
여기에 소장 사실을 미리 밝히지 않은 점이 겹치면서 '셀프 출품' 논란이 커졌습니다.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지적도 나왔습니다.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는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서예사 전공자로서 확신했다"는 해명이 오히려 역풍을 불렀습니다.
결국 2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습니다. 2023년 7월 76세 최고령 관장으로 임명되며 화제를 모은 지 2년여 만입니다.
마지막 인사까지 남은 논란
박물관은 이번 행사를 '퇴임식' 대신 '이임식'으로 불렀습니다. 개인 사유로 물러나는 만큼 부정적 이미지를 덜고 다시 만나자는 뜻을 담았다는 설명입니다. 유 전 관장은 "죄책감과 박물관에 대한 자랑, 사랑을 안고 떠난다"며 직원들의 노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만 배웅의 마무리는 친일 이력이 있는 서정주의 시 낭송으로 이뤄져 또 한 번 논란을 불렀습니다. 문화계에서는 시 선정 경위와 취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외국인 관람객에게 잘못된 역사 정보가 전달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남은 과제는 결국 검증과 절차의 복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