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선불 요구, 한국 경제계 '현실적 난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한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의 '선불금' 지급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양기대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요구를 '놀부 심보'에 빗대어 동맹국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은 '곳간 털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현실적으로 해당 금액을 즉시 지급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요구 수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입니다.
'동맹국 곳간 털이' 비판과 현실적 제약
양기대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선불 요구가 한국의 경제 상황과 외환보유고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마치 심술궂은 놀부의 심보처럼 동맹국 곳간을 함부로 터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이는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100억 달러 수준이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 금, 외화예금 등 다양한 형태로 분산되어 있어 즉각적인 현금화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 양 전 의원의 설명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선불금을 지급할 경우, 국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은 물론 외환 시장에 큰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에 양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가치를 존중하고 요구 사항을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은행, '연간 최대 200억 달러' 투자 여력 분석
한편,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서 대미 직접투자가 가능한 여력을 연간 최대 200억 달러 수준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3,500억 달러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입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법률적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전제 하에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외환시장 매입 등을 통해 연간 150억 달러 내외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책금융기관의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을 활용하면 연간 5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한은은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하는 핵심 자산이므로, 이를 대규모 해외 직접투자에 활용하는 데는 본질적인 제약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감소할 경우,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비교해도 과도한 요구 규모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요구는 일본의 대미 투자 규모와 비교해도 매우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84.1%에 달하는 규모로, 이는 일본이 명목 GDP 대비 대미 투자 비중(13.7%)이나 외환보유액 대비 비중(41.5%)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오기형 의원 역시 외환보유액의 80% 이상을 선불로 투자하라는 요구는 한국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한미 양국이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요구가 한국 경제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3,500억 달러 선불 요구 사태는 단순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넘어, 한미 동맹의 근본적인 관계 재정립과 상호 존중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향후 한국 정부의 신중하고도 단호한 외교적 대응이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