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열광과 조정
스페이스X가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마치고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요. 공모가 135달러에서 시작해 이틀 만에 225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 세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최근에는 주가가 185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습니다. 이제 많은 투자자들이 평균 매수 단가인 거래량 가중평균가격 181.71달러와 비슷한 수준에 와 있어, 사실상 본전을 노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주가 하락은 여러 신호가 함께 포착되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옵션 시장에서는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 비중이 44%까지 늘었고, 유통 물량이 전체의 4.2%에 불과했던 탓에 과열이 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게다가 보호예수 물량이 앞으로 풀리면 공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서학개미의 선택과 한국 배정 논란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변동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페이스X를 쓸어담았습니다. 상장 후 사흘 만에 순매수 규모가 2조 7천억 원에 달했고, 반도체 레버리지 ETF와 마이크론 등 기존 보유 종목을 팔아서라도 자금을 이동시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서학개미들의 열기가 뜨거웠지만, 정작 공모주 청약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은 단 1주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인수단에 참여하면서 기대감이 컸으나,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한국 측 배정 물량을 전액 삭감하면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SEC의 미국인 대상 판매 금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청약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비슷한 조건의 브라질 방코BTG파투알은 법인 단독 명의로 물량을 확보해 배정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머스크의 다음 카드는?
스페이스X는 자금 조달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상장 후 2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인데, 이는 지난 xAI와 엑스 통합 때 마련했던 브리지론을 상환하기 위한 것입니다. 무디스와 피치가 각각 Baa1과 BBB+의 투자등급을 부여하면서 재무적 신뢰도는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입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양사가 합쳐지면 시가총액 4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기업이 탄생하며, AI와 우주, 전기차를 아우르는 이른바 머스크 제국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 주 중 CRSP와 S&P 다우존스 지수 편입이 이루어질 경우, 블랙록과 뱅가드를 비롯한 대형 펀드의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공모주 배정 실패의 아쉬움과 변동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냉정한 판단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