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이중 봉쇄 위기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사우디가 예멘 수도 사나의 공항을 폭격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인데요. 이미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대체 경로였던 홍해까지 위협받으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전례 없는 이중고에 빠졌습니다.
사실 후티 반군은 친이란 성향 무장세력으로, 이란이 미국의 공습을 받을 경우 홍해를 폐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7%에 달하는 하루 740만 배럴이 통과하는 핵심 길목입니다. 특히 이 경로의 70~80%가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로 향하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우디산 의존 커진 한국, 수급 차질 우려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사우디는 동부 유전의 원유를 서부 얀부항으로 보내 홍해를 이용하는 우회로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명선이 끊기면 유조선들은 아프리카 희망봉까지 돌아가는 극단적인 항로를 택해야 합니다. 운송 기간이 약 한 달 늘어나고, 200만 배럴급 유조선 기준으로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1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은 이런 상황 속에서 사우디산 원유 의존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사우디에서 수입한 원유는 1188만 톤을 넘겨 최대 수입국으로 기록됐는데요. 홍해 봉쇄가 현실화되면 선적 물량이 줄고 운임과 보험료가 급등해 국내 산업계의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봉쇄 선포 직후 홍해 통과 선박의 전쟁위험 보험료는 0.3%에서 0.75%로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정부 선제 대응과 남은 과제
정부는 당장의 수급 차질을 막기 위해 비축유 확보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과 8월 원유를 전년 평균 대비 110% 이상 확보했고, 9월 도입분도 90%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략 비축유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상태라는 점은 엄존하는 약점입니다.
국제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9달러 선까지 오르며 100달러 돌파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석유 최고가격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시사하면서 주유소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요. 정부가 당분간 수급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비축유 스와프 재도입 등 더 강력한 비상조치를 검토해야 할 상황입니다. 중재국들의 휴전 제안이 있지만 미국과 이란, 후티와 사우디 간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면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