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 놓인 근조화환과 거래대금 75% 감소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근조화환 40여 개가 줄지어 놓였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막대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이 보낸 조화였는데요. 리본에는 다음 투표 때 갚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같은 날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하루 거래대금이 전날 12조 4천억 원에서 약 3조 원으로 줄었습니다. 거래대금이 하루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이처럼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레버리지 상품 가격은 오히려 50~60% 폭등했습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58% 넘게 올랐고, 개인 투자자들은 이 가격 급등을 기회 삼아 대거 차익 실현 매도에 나섰습니다. 거래는 줄었지만 이미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분노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예탁금 3천만 원과 '복리의 저주' 경고
이번 거래 급감은 기본예탁금이 기존 1천만 원에서 현금 3천만 원으로 상향되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대용증권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현금만 예탁금으로 받기로 한 건데요. 동국대 이준서 교수는 소액 투자자가 많은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이번 조치가 신규 자금 유입을 상당히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이미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은유 변호사는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복리의 저주'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품이 누적 수익률이 아닌 일일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면 원금 회복이 어렵고 손실만 누적되는 구조라는 겁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상품 출시 과정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다만 이미 피해가 발생한 뒤 나온 대책이라는 점에서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한국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집중 조명하며 보완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ELW 트라우마 속 구조적 해법 찾기
금융당국은 더 강력한 대응을 위해 15년 전 ELW 시장 붕괴 사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과거 ELW 시장도 낮은 진입장벽으로 급성장했으나 투기 논란이 거세지자 고강도 규제가 잇따랐고, 결국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 6천억 원에서 1천억 원대로 급감하며 사실상 고사했습니다. 당국은 이런 'ELW 트라우마'를 교훈 삼아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안을 찾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차 보완책으로 거래 빈도가 높은 투자자에게 징벌적 거래비용을 부과하고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한 홍콩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1.1배에서 2배 사이로 조정하는 가변 레버리지 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근본인 변동성과 시장 쏠림을 해결하려면 단순한 진입장벽 높이기를 넘어 구조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