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
우리 사회는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기대수명은 83.7세에 달했지만, 건강수명은 65.5세에 그쳤습니다. 이는 평균적으로 18년이 넘는 기간을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야 함을 의미하는데요, 이 같은 상황에서 말기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1%가 호스피스 이용 의향을 보였지만, 실제 이용률은 이를 훨씬 밑도는 수준입니다. 핵심 문제는 명확합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병상, 인력, 제도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죠.
유럽완화의료협회는 인구 100만 명당 최소 50개의 호스피스 병상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기준 약 35개 수준에 머물고 있어 권장치의 7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말기암 환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기도 전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전문기관을 확충하고 대상 질환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현재의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역사회의 노력과 시스템적 장벽
이런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사회 차원의 작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인천 중구 도원동에서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과 손잡고 ‘찾아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주민 30여 명이 참여한 이 교육은 호스피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생애 말기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되었죠. 한 참여자는 “따뜻한 의료 서비스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인식 개선의 효과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 차원의 교육 확산 노력과는 별개로, 시스템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큽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 인력의 부족입니다. 호스피스 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데, 인력난으로 인해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양병원의 경우, 2018년부터 입원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진행되었으나 부실 요양병원의 진입 우려 등으로 본사업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으며, 참여 기관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요양병원협회는 환자 수요에 부응하려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인프라 구축 없는 확대는 무의미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는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암에서 점차 다른 중증 질환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병상과 인력 등 하드웨어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질환 범위만 넓히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의 김대균 센터장은 의료법 개정으로 임종실 설치 의무가 생겼지만, 적용 대상이 좁아 많은 기관이 제도권 밖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 발표를 넘어, 병상 확보와 전문 인력 양성, 요양병원 등 다양한 기관의 참여를 촉진하는 제도적 토대를 먼저 다지는 것이 우선순위일 겁니다. 지역사회 교육처럼 인식 개선을 위한 작은 불씨들이 당장의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꾸준한 노력이 모여 결국 제도 변화의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