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화면에 담긴 참변
지난 17일 오후 7시쯤, 에콰도르 항구도시 과야킬의 '누에스트라 세뇨라 델 페르페투오 소코로' 성당에서 저녁 미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제대 뒤 벽에 걸려 있던 대형 목재 십자가가 갑자기 떨어져 주임사제 파트리시오 알프레도 산체스 몰리나리 신부의 머리를 덮쳤는데요. 미사가 시작된 지 30분 남짓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미사는 신부가 평소처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고 있었습니다. 십자가가 추락하는 장면과 신도들의 비명이 영상에 그대로 담기면서 사고는 실시간으로 전해졌죠. 신도들이 곧바로 달려가 응급조치를 시도했지만, 신부는 치명상을 입고 숨졌습니다.
마지막 강론이 남긴 문장
고인은 1973년 쿠엥카에서 태어난 구속주회 소속 사제로, 로스리오스주 빈세스의 산로렌소 성당에서 사목한 뒤 과야킬 대교구에서 주임사제로 일해 왔습니다. 사고 전날인 16일에는 사제 서품 기념일을 맞아 축하 자리가 열렸는데, 하루 만에 비보가 전해진 겁니다.
특히 사고 직전 강론 내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체스 신부는 "언젠가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도 죽게 될 것"이라며 하느님과 가족, 이웃에게 시간을 쓰는 일의 의미를 이야기했습니다. 삶의 유한함을 언급한 직후 벌어진 사고라 신자들의 충격이 더 컸다는 전언입니다.
과야킬 대교구는 18일 공식 성명을 내고 사망을 확인한 뒤 유가족과 수도회, 신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신자들은 SNS에 "훌륭하고 자비로운 사제였다"는 추모 글을 잇달아 올렸습니다.
남겨진 질문, 구조물 안전
이제 관심은 사고 원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현지 당국은 십자가를 벽에 고정한 지지대와 설치 상태에 결함이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는데요. 대교구 역시 정확한 낙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래된 성당일수록 제대 주변에 크고 무거운 구조물이 많은 만큼, 정기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종교 시설 내부 대형 구조물의 안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인의 장례 절차와 추모 미사 일정은 교구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