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3월 4일 막을 올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이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제조와 물류 현장이 당면한 디지털 전환의 해법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이 됐는데요. 그리퍼부터 AI 플랫폼, 머신 비전까지, 공장을 ‘지능화’하는 기술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능화된 손과 눈
자동화의 첫걸음은 물건을 정확히 집어 옮기는 일입니다. 파이로보틱스가 선보인 픽앤플레이스 로봇은 이러한 기본기에 속도를 더했습니다. 전시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물품 이동을 시연하며, 단순 반복 작업의 자동화 가능성을 보여줬죠. 여기에 한 층 더 발전한 개념이 그리퍼 기술입니다. 전자신문이 보도한 대로, 최신 그리퍼는 단순한 집기 기능을 넘어 물건의 무게와 형태, 재질까지 감지해 섬세하게 조작합니다. 쉽게 깨지는 제품이나 미세한 전자부품을 다루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로봇의 ‘손’은 눈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산업 AI, 이제는 ‘내실’의 시간
눈에 띄는 변화는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현장에 침투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마키나락스는 ‘공정 특화’를 내세우며 AI 운영 플랫폼 ‘런웨이 2.0’을 선보였습니다. 이 플랫폼은 AI 모델을 개발하고 배포해 운영하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데, 보안이 중요한 제조 현장을 위해 폐쇄망(온프레미스) 환경에 특화됐습니다. 삼성, 현대차 등 대형 제조사와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용접 공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Weld VisionX’ 같은 맞춤형 솔루션을 내놓은 것이 특징이죠. 이는 AI가 단순한 개념을 넘어, 구체적인 공정 하나의 품질과 효율을 책임지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은 데이터와의 융합으로
스마트 공장의 궁극적 목표는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입니다. 글로벌 기업 지브라 테크놀로지스가 한국 시장을 위해 공개한 머신 비전 로드맵은 이 방향을 명확히 했습니다. 지브라는 카메라와 스캐너,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통합한 플랫폼을 통해 현장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과 분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반도체 웨이퍼의 문자 식별률을 98% 이상으로 높인 사례처럼, AI가 결합된 머신 비전은 인간의 눈으로는 불가능한 정밀 검사와 의사결정을 지원합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기술 흐름은 제조 현장을 넘어 패션 같은 창의 산업에도 파고들고 있습니다. MobED의 AW 패션쇼가 AI를 활용한 디자인과 연출로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것은, 자동화 기술의 적용 범위가 얼마나 확장 가능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결국, 물리적 작업의 자동화와 데이터의 지능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지면서 ‘스마트 공장’의 정의 자체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번 AW 2026은 개별 기술의 우수성을 뽐내는 장이기보다, 서로 다른 기술이 어떻게 융합되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보여주는 통합 솔루션 박람회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리퍼와 로봇팔이 AI의 두뇌를 얻고, 머신 비전이 모든 과정을 감시하며 데이터를 생산하는, 그러한 생태계의 청사진이었습니다.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하는 마키나락스와 같은 신생 기업부터 지브라 같은 거대 기업까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렇게 선보인 기술 조각들이 실제 공장 현장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