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불안 속 되살아난 투자 심리
8월 11일 장 초반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였고, 이 여파로 코스피와 코스닥은 밀리는 듯했는데요. 하지만 지수는 이내 바닥을 다지고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0.73% 오른 6345.53을, 코스닥은 0.39% 상승한 857.84를 기록하며 각각 장을 마감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수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반의 불안 심리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겁니다. 외국인은 452억원, 기관은 307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막아냈죠.
사상 최대 수출과 어닝 서프라이즈의 힘
이날 시장을 뒤집은 건 단연 수출 호조 소식이었습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5.4% 급증한 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는데요. 장 초반에 불거진 메모리 가격 정점 통과 우려가 이런 실적 모멘텀 앞에서 상당수 완화된 셈입니다. 반도체 업종의 강세는 코스닥 소부장주들에게까지 이어져 기계·장비 및 유통 업종이 2% 이상 뛰었고, 개인 투자자도 4352억원을 순매수하며 추격 매수에 가세했습니다.
화장품 업종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러 화장품 기업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살아났는데요. 일부 종목은 52주 신고가까지 경신했습니다. 반도체와 화장품이라는 서로 다른 업종이 실적이라는 공통분모로 시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점이 이날 장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밸류에이션과 환율은 여전히 변수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주변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다는 점도 엿보입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15.9원에 마감하며 전장보다 소폭 내리긴 했으나, 여전히 1400원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강달러 기조가 수출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해서 감시해야 할 부분이죠.
물론 전문가들은 탄탄한 실적과 낮은 밸류에이션을 근거로 당분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운송장비·부품 업종이 3.37% 하락하는 등 업종별 차별화도 뚜렷해서, 맹목적인 낙관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실 코스닥 상위 종목 4개가 모두 하락한 점을 보면, 지수 상승이 모든 종목으로 골고루 퍼지지는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실적 장세의 지속 여부가 갈릴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