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하에도 오히려 치솟는 미국 장기금리, '베어 스팁'의 의미는

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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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3일 오전 5:16

발행: 2025년 12월 13일 오전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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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30년물 국채 금리는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크게 오르는 '베어 스티프닝' 현상으로, 시장이 연준의 정책보다 중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더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강한 경제 지표로 인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단기와 장기의 괴리, 베어 스팁 현상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시장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기 금리는 연준의 통제 아래 안정을 찾는 반면, 30년물 같은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빠르게 상승하고 있죠. 채권시장에서 이처럼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더 크게 오르는 현상을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즉 약세의 경사진 곡선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시장이 연준의 단기 정책보다는 중장기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에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12월 1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30년물 국채 금리가 9월 이후 최고치인 4.853%까지 치솟았습니다.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는 국채 가격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이 같은 장기 금리 상승 흐름이 더욱 가팔라졌다는 겁니다. 연준이 지급준비금 관리 매입(RMP)을 통해 단기 시장 금리를 누르려 애쓰는 사이, 중장기 금리는 마치 풍선을 누른 부분 옆이 불거지듯 오르는 양상을 보인 거죠.

인플레이션 불안이 키운 불신

왜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호재'를 믿지 않을까요? 그 핵심에는 여전히 잔존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여러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순한 정책 전환이 아닌,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 데 따른 불완전한 조치일 수 있다고 의심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불신은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됩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2026년 1분기까지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장의 예측을 보여주는 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3월까지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 동결될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고, 4월까지도 40%의 높은 동결 확률을 예상하고 있죠. 이는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냉정한 판단을 반영합니다.

장단기 금리차 확대, 이번에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크게 높아져 금리 곡선이 가파르게 경사지는 것은 경기 회복 기대를反映하기도 하지만, 현재와 같은 '베어 스팁' 상황은 좀 다른 맥락으로 읽혀집니다. 전통적으로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향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주된 동력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더 큽니다.

시장은 연준이 단기 금리 통제에만 집중하는 사이, 중장기 물가 안정성에 대한 관리에는 소홀할 수 있다는 불안을 갖고 있는 겁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조금 내렸다고 해도, 여전히 물가 상승률 목표인 2%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인하는 '선제적'이라기보다는 '미봉책'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죠. 이러한 인식이 장기 채권을 팔고 금리를 올리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시장의 숙제

앞으로의 시장 흐름은 한마디로 '데이터 의존적'이 될 전망입니다. 매달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고용지표 같은 핵심 경제 데이터 하나하나가 연준의 다음 행보에 대한 시장의 예상을 바꾸고, 그에 따라 장단기 금리 움직임이 다시 요동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았다는 확신을 시장에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한편, 국내에도 이 같은 미국 금리 변동성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장기 금리 상승은 전 세계 자본 이동과 원달러 환율,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등 다양한 경로로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에 파급효과를 낳습니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미국 채권시장에서의 이 같은 '괴리 현상'이 지속될지, 아니면 연준의 추가 메시지를 통해 진정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