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를 벗어난 부캉이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한 달 넘게 머물던 흑상어 '부캉이'가 인공수로를 떠났습니다. 깊이가 3m에 불과한 좁은 수로를 벗어나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서 이틀째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수심이 깊은 곳에서 건강하게 유영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부캉이가 새 환경에 적응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체력이 소진된 상태라 곧바로 먼바다로 나가기는 어렵고, 1주일 이상 체력을 보충한 뒤 스스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부캉이가 수로를 떠나던 날 인근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려도 함께 커졌습니다.
뒤늦게 드러난 유조선
사고 원인은 유조선이었습니다. 유류 이송호스에서 87ℓ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나왔는데, 신고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죠. 기름띠가 인공수로 주변을 덮치면서 부캉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해경은 사고 발생 24시간 이내에 유출 선박을 특정하고 관계자들을 조사했습니다. 유조선과 사고 책임을 가리는 한편 유류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응 속도는 빨랐지만, 신고 없이 이뤄진 유출 자체가 관리의 빈틈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60만 명이 남긴 것
부캉이는 한 달 남짓 북항에 머물며 16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불러모았습니다. 부산시는 부캉이를 지역 명물로 삼아 캐릭터 이모티콘을 선착순으로 무료 배포하기로 했는데요. 공모를 거쳐 기념 상품과 상징 조형물을 세우는 이야기도 진행 중입니다.
이 열기는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닙니다. 부산항은 1876년 개항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해안을 부두와 야적장에 내줬고, 2006년 신항 개시로 물류가 옮겨가면서 2008년 북항 재개발이 시작됐습니다. 2015년부터 국제여객터미널과 문화공원, 보행데크, 친수공원, 마리나가 차례로 들어서며 시민 곁에 바다가 돌아왔죠.
현재 추진 중인 2단계 사업은 원도심과의 상생, 그리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도시를 목표로 합니다. 부산시는 내년 관광 예산도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관건은 상어가 바라보던 수로를 얼마나 잘 지키고 활용하느냐입니다. 조형물 앞에서 바다를 직접 느끼는 경험이 이어져야 160만 명의 발길이 추억으로만 남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