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의 꿈, 이제 현실로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된 ‘울트라 소닉 배스’는 사람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씻겨주는 기계, ‘인간 세탁기’의 상상이었다. 당시 기술로는 실현 불가능했지만, 55년이 지난 2025년, 일본 기업 사이언스가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미라이 인간 세탁기’는 우주선 조종석 같은 디자인이다. 사용자는 등받이에 누워 뚜껑을 닫기만 하면 된다. 15분 만에 마이크로 버블로 세정하고 물줄기로 헹군 뒤 강풍으로 건조된다. AI가 심전도를 분석해 음악과 영상을 제공하며 건강 상태도 체크한다.
가격은 6000만 엔(약 5억 6400만원). 주문부터 납품까지 3개월 걸린다. 현재 일본에서 8대 이상 판매됐고, 오사카와 도쿄의 호텔, 살롱 등에 설치돼 서비스 중이다. 오사카 도톤보리 크리스털 호텔에서는 90분 이용권에 1만 8000엔(약 17만원)으로 체험이 가능하다.
편리함과 논란, 두 시선
인간 세탁기의 등장은 일본 사회에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긍정론자들은 고령화 사회와 간병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으로 본다. 실제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목욕 중 사고를 두려워하는 ‘목욕 거부족’ 현상이 확산 중이다. 인간 세탁기는 안전하고 편리한 목욕 솔루션으로, 건강 관리 기능까지 더해 실버 산업과 웰니스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씻는 행위조차 기계에 맡기는 것은 인간 존엄성 훼손”**이라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일상의 기본 활동마저 기계가 대신하면 사람이 수동적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5억이 넘는 고가격이 일반인에게는 사치품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역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어, 인간 세탁기를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에도 곧 닥칠 질문의 전조일 수 있다.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선택지?
인간 세탁기의 상용화는 이제 시작 단계다. 개발사 사이언스는 향후 10년 안에 개인용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가격이 높아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병원·요양시설·고급 호텔 등 B2B 시장에서는 이미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도 문의가 이어지는 등 실버 산업과 웰니스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 세탁기가 일상이 될지, 일시적인 유행으로 사라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기술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령화 시대에 ‘씻는 것’이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