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막힌 건 실수요자였습니다
2026년 3분기, 은행권이 가계대출 문턱을 한 단계 더 높이면서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까지 한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상단 7% 중반대까지 치솟았고, KB국민은행이 주담대 한도를 줄이자 다른 시중은행들도 덩달아 문턱을 올렸습니다. 대출창은 좁아지고 이자는 무거워지는 이중 부담 속에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부터 발이 묶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3분기에도 생활자금과 증시 투자자금을 마련하려는 이른바 '빚투' 수요가 오히려 늘겠다고 봤습니다. 수요는 살아 있는데 공급만 조여지는 형태가 되면서, 기업 대출 영역에서도 불확실성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의도와 달리 빚투가 주담대 한도를 잠식했다
이런 조짐은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하며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1.5%로 묶는 총량규제를 도입했는데요. 주담대·신용대출·전세대출을 합산해 관리했기 때문에 한쪽 증가가 다른 쪽 한도를 잠식하는 구조였습니다.
문제는 신용대출이었습니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빚을 내 자금을 증권계좌에 넣는 행위가 늘면서 신용대출이 급증했고, 이 때문에 주담대 가능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투자 목적 대출의 영향을 받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진 겁니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년 새 11.8% 폭등해 15억 8천만 원을 기록하면서, 양적 규제가 가격을 누르지 못한 채 자금 흐름만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규제의 틀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시점
과거에는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신용대출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합산 관리 방식으로는 은행별로 한도 배정 여지가 생기고, 결국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양적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DSR·LTV 같은 질적 규제를 강화하고, 정책성 대출과 시중대출을 분리 운영하는 등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이 목표치의 80%에 일찍 도달한 만큼 대출 절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정책 설계의 결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빚을 막겠다는 조치가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는 구조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규제 틀 자체의 재검토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