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년여 만에 다시 당명을 바꾼다. 장동혁 대표의 쇄신안 핵심인 당명 개정이 책임당원 투표에서 68%의 찬성을 얻었다. 새 당명은 전 국민 공모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2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움직임이지만, 야당은 “국민을 기만하는 간판갈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당명 변경, 왜 지금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4·10 총선 참패로 당의 정체성 위기가 가중되면서 장동혁 대표가 ‘이기는 변화’를 내세웠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전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과감한 정치 개혁을 약속한 바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간판으로 유권자를 만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당명 변경은 보수당이 위기를 돌파할 때 자주 활용해온 ‘간판 갈이’의 연속선이다.
책임당원 68% 찬성…2월 중 절차 마무리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실시된 책임당원(77만4천명) 대상 ARS 조사에서 응답률 25.24% 가운데 68.19%가 당명 개정에 찬성했다. 전체 책임당원 중 약 13만3천명이 찬성한 셈이다. 새 당명 제안도 1만8천여 건 접수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새 당명 공모전을 열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2월 중 당명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식 절차로는 당헌 개정과 당대회 의결 등이 남아 있다.
보수당의 ‘간판 갈이’ 역사
국민의힘의 이번 당명 변경은 87년 체제 이후 보수당의 일곱 번째 ‘간판 갈이’다. 1990년 민주자유당 출범 이후 1996년 신한국당, 1997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 2017년 자유한국당, 2020년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 같은 해 9월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 당명 변경이 선거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경우도 있었지만, 간판만 바꾼다고 당이 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함께한다. 신한국당은 1996년 총선에서 선전했고,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은 당명을 바꿨음에도 참패를 맛봤다.
야당과 내부의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당명 변경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을 기만하는 간판갈이”라며 “내란 청산과 윤석열 세력과의 단절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당명 변경이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당 내부에서도 체질 개선 없이 간판만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당명 변경보다 내용과 방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 당명은 무엇이 될까
새 당명에는 ‘자유’나 ‘공화’, ‘미래’ 등 보수 이념을 담은 단어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장동혁 대표는 보수 정당의 가치를 당명에 반영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념적 색채가 강할 경우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색 변경에 대해서는 당원들의 부정적 의견이 많아 현재로서는 유지될 전망이다.
전망: 본질적 변화 없이는 한계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등과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주황색 넥타이를 착용해 개혁신당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개혁신당은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당 대 당 연대에 소극적이다. 당명을 바꾼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직면한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권자의 외면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2월 중 새 당명을 확정하고 지방선거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거 간판 갈이가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이번에는 당의 근본적 변화 없이 간판만 바꾸는 ‘미봉책’으로 끝나지 않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