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AI 동맹의 첫 걸음
신세계그룹이 미국의 AI 스타트업 리플렉션 AI와 손을 잡고 한국에 전력 용량 250MW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했습니다. 이 협약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AI 수출 프로그램'의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습니다. 협약식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직접 참석해 “미국 AI 기술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걸음” 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번 협력이 한국의 AI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데 기여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데이터센터는 국내에서 추진 중인 AI 전용 데이터센터 중 최대 규모입니다. 미국은 AI 칩(GPU)과 모델, 통합 엔지니어링을 제공하고, 한국 측은 설계, 인허가,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입니다. 러트닉 장관은 이를 ‘소버린 AI(주권 AI) 개발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픈 웨이트 모델이 가져온 데이터 주권
파트너사인 리플렉션 AI는 왜 이번 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까요? 이 회사는 구글 딥마인드의 핵심 개발자들과 알파고 개발에 참여한 인재들이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지난해 엔비디아로부터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 7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았죠. 리플렉션 AI의 가장 큰 강점은 ‘오픈 웨이트(Open Weight)’ AI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오픈 웨이트 모델은 모델의 완전한 설계도와 가중치(학습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용 국가나 기업이 자체 데이터로 모델을 추가 학습시키거나 구조를 수정할 수 있어,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될 염려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 주권 확보와 소버린 AI 육성 정책과 정확히 부합하는 접근법입니다. 신세계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정부 기관과 기업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유통을 넘어선 AI 풀스택의 야심
신세계의 이번 투자는 단순한 인프라 건설을 넘어 미래 사업의 핵심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입니다. 정용진 회장은 AI 없이는 미래 산업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강조해왔는데요. 그 결실이 바로 ‘이마트 2.0’ 비전입니다. 신세계는 오랜 유통 사업으로 쌓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차별화된 ‘AI 커머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부터 결제, 배송까지 책임지는 ‘AI 에이전트’ 개발, AI 기반의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AI 풀스택’ 구축이 포함됩니다. 이를 통해 SSG닷컴의 쓱배송이나 스타배송 같은 빠른 배송 체계를 더욱 혁신하고, 해외 시장에서는 G마켓이 알리바바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셀러의 남유럽 진출까지 지원할 방침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뚜렷했습니다. 협약 소식이 전해진 17일, 데이터센터 운영을 담당할 신세계I&C의 주가는 장중 29% 이상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AI 사업의 성패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신세계의 과감한 도전이 한국 유통과 AI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