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회동, 홍보가 목적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평양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방문을 통해 마지막 외교적 기록을 남기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은 이러한 회담의 목적이 실질적인 해법보다는 홍보 효과와 사진 촬영에 맞춰져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어려움이나 의회와의 갈등 상황에서 대중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당시 에어포스원에 김 위원장을 초대해 함께 평양에 들르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당시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런 일화를 보면 평양 방문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은 이런 방식의 회담이 미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달라진 협상판과 북한의 실익
현재 북미 간 협상 환경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대폭 고도화했고, 러시아와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제재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제재 완화가 북한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관리는 북중러의 지원으로 제재의 지렛대 효과가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과 드론전 능력까지 확보한 상황입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이 이번 회담을 매우 치밀하게 계산하고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미국이 얻을 실익은 불투명한 반면, 북한은 명확한 이득을 챙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조언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과거 을지프리덤실드 훈련을 즉흥적으로 단축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교와 억지력 사이의 균형점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두되, 군비통제와 위기관리를 통해 긴장을 낮추는 콜드 피스 접근법을 제안했습니다. 반면 프레드 플라이츠 부소장 등은 협상 초기부터 비핵화 목표를 고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초기부터 핵 동결을 논의하는 것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등은 외교와 함께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을 병행하는 포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핵협의그룹 협의와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북한의 공격적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무조건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조언했습니다. 상대의 예측 불가능한 언행에 대비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국익을 지키는 길이라는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