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는 극우, 베를린은 좌파
독일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20일 치러진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와 베를린주 의회 선거에서 집권 기독민주당(CDU)이 양쪽 모두 참패했습니다. 동부의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는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38.2%로 1위에 올랐고, CDU는 4.9%에 그쳐 의회 진출 기준선인 5%를 넘지 못했습니다. 1945년 창당 이후 주 의회에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같은 날 베를린에서는 좌파당이 25.7%를 얻어 제1당에 올랐습니다. CDU는 18.8%로 2위, AfD는 16.3%, 사회민주당(SPD)은 12.1%에 머물렀습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결과를 두고 "재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좋게 포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누적된 경제 불만이 만든 결과
배경에는 경제 침체가 자리합니다. 독일은 2023년과 202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제조업 회복도 더딘 상황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특히 동독 지역은 서독보다 가구 자산이 낮아 소외감이 누적돼 왔고, 이 정서가 AfD의 지지 기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AfD는 지난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 약 6만6천 명과 SPD·CDU 지지층까지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민자 추방,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유로존 탈퇴 같은 공약이 기존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끌어들인 셈입니다. 다만 71석 가운데 32석을 얻는 데 그쳐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베를린을 사로잡은 좌파 돌풍
베를린에서는 좌파당의 엘리프 에랄프 후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이민자 가정 출신의 45세 변호사로,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와 겹치는 행보 탓에 "베를린의 맘다니"로 불립니다. 기업형 임대업자가 보유한 아파트 22만 채를 공공 소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이 핵심입니다.
이 정책은 2021년 주민투표에서 58%의 찬성을 얻었지만, 실제 비용이 약 2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비율이 37%로 떨어졌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이를 "파괴적이고 급진적인 단순한 해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에랄프가 시장이 되려면 SPD·녹색당과의 연정이 필요합니다. 메르츠 총리는 사퇴하지 않고 연금·세제·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 내부에서도 리더십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