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 행군, 다시 소환된 정치 언어
2026년 10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공농홍군 장정 승리 9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를 비롯한 최고 지도부가 나란히 자리한 이 무대에서 시 주석은 "역사는 멀어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장정'을 거듭 강조했는데요. 1934년 장시성 루이진을 떠나 1936년 산시성 옌안에 닿기까지 1만2500㎞에 달했던 행군이, 90년 뒤 최고위급 연설의 핵심 소재로 다시 불려 나온 겁니다.
연설에 담긴 세 가지 신호
첫 번째는 당내 기강입니다. 시 주석은 "전면 종엄치당"을 거듭 주문하며 당의 영도와 중앙집중 통일영도를 강조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좌경 교조주의' 비판인데요. 80주년 연설에서는 보이지 않던 표현이 이번에는 여러 차례 등장했습니다. 잘못된 지도력이 홍군을 생사존망의 위기로 몰았다는 역사 평가를 현재의 당 운영 논리로 끌어온 셈입니다.
두 번째는 경제입니다. '온중구진' 기조를 유지하면서 질적 향상과 합리적 성장, 나아가 '공동부유'를 함께 이뤄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세 번째는 안보로, "거센 파도와 같은 중대한 시련을 견뎌낼 준비"를 요구했습니다. 미중 경쟁과 대내외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읽힙니다.
우주로 뻗은 '장정'이라는 이름
흥미로운 건 이 이름이 군사 분야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번졌다는 점입니다. 1970년 첫 인공위성 둥팡훙 1호를 실은 창정 1호 이후 궤도 발사는 671회에 이르렀고, 지난 7월에는 창정 10호 1단 로켓 회수에 성공하며 재사용 기술까지 확보했습니다. 2028년 화성 시료 채취와 2030년 달 착륙이라는 목표도 공식화했죠. 같은 날 중국우정그룹은 장정 승리 90주년 기념우표 6종을 430만 세트 발행했고, 닝샤 류판산처럼 옛 행군 경로였던 지역은 역사 테마 관광지로 탈바꿈했습니다.
관건은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5중전회입니다. 연설에서 예고된 고품질 발전과 공동부유, 안보 대비가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향후 중국 경제와 대외 노선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