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범죄의 그림자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들이 단속을 피해 태국과 베트남으로 거점을 옮기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 취업 사기가 재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빚 있어도 환영', '새출발 기회', '고수익 보장' 등의 달콤한 말로 구직자를 유혹하는데,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정식 비자 없이 해외 취업을 제안하는 경우 100% 불법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피해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추산으로는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에 가담한 한국인이 1천에서 2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들의 연간 범죄 수익이 1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캄보디아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라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대사관의 한계와 정치적 논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지난 2년간 550여 건의 납치·감금 신고를 접수했지만, 여전히 100건 이상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현장 국정감사에서는 대사관의 소극적인 대응이 강도 높게 질타받았습니다. 대사 공석 상태가 지속되면서 현지 정부와의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캄보디아 직항편을 통해 한 편당 5~10명씩 범죄 연루 의심자가 입국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직항편 한 대당 이렇게 많은 의심 인원이 유입되는 것은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결된 범죄의 실체
최근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 사건을 통해 범죄 조직의 실체가 더욱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이 사건의 주범이 2년 전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살포 사건에도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피해자는 '21호'라는 숫자 이름으로 불리며 중국인 범죄 조직에 감금되었고, 인신매매를 통해 조직에 팔려온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텔레그램에서는 캄보디아 취업 관련 채널이 90여 개나 운영되며 하루에 전화 몇 통만 처리해도 천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허위 정보가 유포되고 있습니다. 보안업체 S2W의 분석에 따르면, 특정 계정이 24시간 활동하는 등 조직적인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확산되는 위협
캄보디아의 단속 강화로 인해 범죄 조직들이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라오스 북부의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를 비롯한 인접 지역으로의 범죄 유입 가능성에 대해 주변국 대사관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이미 스캠 센터에서 한국인 5명을 구출하고 범죄 가담자 28명을 검거하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범죄 조직들의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결을 위한 과제
현재 대사관은 경찰영사 6명, 한국인 행정 직원 4명, 현지 행정 직원 2명으로 구성된 인력으로는 현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업무 과중으로 인해 직원들이 이탈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추적 전담반을 추가 파병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텔레그램의 익명성 때문에 당국의 단속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