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교착, 시청자는 불안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100일 앞둔 지금, 국민이 월드컵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JTBC가 월드컵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재판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요. 방송통신위원회가 협상 중재에 나서며 행정 지도권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상파 측은 이미 현지 중계 준비 시기를 놓쳐 정상적인 중계가 어렵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착 상태는 작년 동계올림픽에서 벌어졌던 '보편적 시청권' 논란을 그대로 재현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정치권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제 대회의 국민 접근성 보장을 언급했고, 방통위 김종철 위원장도 협상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죠. 그러나 현행법상 정부가 강제로 재판매를 시킬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합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행정 지도로 협상을 이끌어내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계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실질적인 제도 장치 없이 정치적 담론만 확대되면, 오히려 협상 당사자들에게 압박으로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중계가 남긴 깊은 상처
현재의 논란과 불안은 공교롭게도 JTBC가 단독 중계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개막식 시청률은 1.8%에 그쳤고, 최가온 선수의 쇼트트랙 금메달 순간마저 자막으로만 처리되는 등 중계의 질과 접근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이 사태를 두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JTBC는 유료 방송 가입자 수가 많아 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했지만, 무료 지상파와 유료 방송의 근본적 차이와 제도적 허점이 지적된 겁니다.
이러한 파행의 배경에는 중계권 확보 방식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지상파 3사는 ‘코리아풀’이라는 공동 협상 체계를 통해 과열 경쟁을 막고 중계권료의 비정상적 상승을 방지해왔습니다. 그러나 JTBC가 이 체제를 뛰어넘어 자본력을 앞세워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의 안전장치는 무너졌죠. MBC 노조는 “JTBC의 독점이 해외 중계권료 폭등의 악순환을 초래했다”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결국, 한 방송사의 독점이 시장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국민의 ‘볼 권리’까지 위협하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제도 개선 논의, 근본적인 대안은?
동계올림픽의 교훈과 월드컵 협상의 난항을 겪으면서, 단기적 해결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계원 의원은 영국의 ‘리스티드 이벤트’나 호주의 ‘안티 사이포닝’ 제도를 예로 들며,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주요 스포츠 행사의 중계를 ‘공공재’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지상파는 물론 OTT와 뉴미디어까지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코리아풀’을 구성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자는 내용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도 방통위와 함께 제도적 보완 장치를 논의하겠다고 답변하며 정부 차원의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시급성에 있습니다. 2026 월드컵을 시작으로 2032 하계올림픽까지 JTBC의 독점 중계가 예정된 상황에서, 법 개정을 통한 제도 정비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MBC 노조는 “공론장에서 ‘무료 방송 접근권’을 포함한 보편적 시청권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정치권의 일회성 압박에 떠밀린 협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앞으로의 논의는 특정 방송사나 사건을 넘어,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