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이 한국 증시와 기업 지배구조에 파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취득하면 1년 이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한 이 법안은 증권주를 단숨에 상한가로 끌어올렸고,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환호하는 투자자들과 달리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진다는 불안감이 크게 퍼지고 있는데요, 이번 개정안이 가져올 변화의 핵심은 대주주의 '잠재적 우호 지분' 확보 관행을 근본부터 뒤흔든다는 점입니다.
증시를 달군 '소각 의무화'의 힘
법안의 골자는 명확합니다. 기업이 새로 자사주를 취득하면 1년 이내, 이미 보유한 자사주는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내에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합니다. 예외는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 등 한정적입니다. 시장은 이에 크게 고무되었습니다.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 주식 수가 줄면 주당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거죠. 상상인증권과 SK증권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유화증권 등을 비롯한 증권주 전반이 랠리를 이끌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정이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NH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배당분리과세 등 인센티브와 맞물려 자사주 소각이 확산되면 코스피 재평가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경영권 방어와 생존 전략의 기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주가와는 달리, 기업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재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력 약화입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은탄환'처럼 활용해왔기 때문입니다. 법안 통과 직후 대웅이 자사주 보유 및 처분을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하며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산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 다른 목소리는 자금력이 약한 벤처·중소기업에서 나옵니다. 벤처기업협회는 "대기업과 달리 자사주는 스톡옵션을 통한 인재 확보와 경영 위기 시 유동성 확보의 생명줄"이라며 예외 규정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현금 흐름이 불안정한 이들 기업에게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은 짧은 시간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치적 합의와 남은 과제들
이번 개정안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당 주도로 1, 2차에 이어 빠르게 처리된 '3단계 상법 개정'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경제계는 초반엔 적극적 의견 표명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강한 의지와 코스피 상승세 앞에서 목소리가 점차 약해졌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통과 과정에서도 해석 차이로 인한 소소한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 남은 과제는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는 세부 실행 안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이미 일각에서는 유예 기간을 악용한 '꼼수 처분' 사례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어, 금융 당국과 법원의 엄정한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증여세법 개정) 등 추가 거버넌스 개선 입법을 예고하며 지속적인 제도 보완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주주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글로벌 표준에 한걸음 더 다가선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그러나 이 변화가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려면, 기업의 경영 환경과 생태계별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