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배웅
10월 19일 오전 부천체육관. 태극기로 감싼 관이 들어서자 정복 차림의 소방관들이 일제히 경례했습니다. 16일 부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사출·도장 공장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던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입니다. 3천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동료 박준성 소방사는 "무거운 장비도, 긴장 속 출동도 모두 내려놓으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고인은 2014년 임용 이후 줄곧 구조 현장 최전선에 섰습니다. 심정지 환자를 살려낸 공로로 하트세이버 인증을 다섯 차례 받았고, 올해 초에도 화재 현장에서 두 명을 구조해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그를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습니다.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됐습니다. 빈소에는 일곱 살 딸이 남긴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아홉 줄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드러난 안전 사각지대
화재 원인으로는 시너를 이용한 세척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에 스파크가 튄 것이 지목됩니다. 현장에서는 개봉된 시너 통을 포함해 인화성 물질 용기 180여 통이 발견됐는데, 위험물 허가 기록은 없었습니다. 공장에는 스프링클러도, 폭발 충격을 줄이는 방폭 설비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사전 점검 체계입니다. 경기도가 지난해 5만5천8백여 개 공장 가운데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 곳은 1,657곳으로 3%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번에 불이 난 공장 역시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화재예방강화지구로 지정된 37곳 가운데 공장·창고 밀집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경찰은 공장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상·실화 혐의로 입건하고 소방관 사상 경위와 지휘 체계까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남은 숙제
장례가 끝나자 논쟁은 처우와 예산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소방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추미애 경기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로 표현한 데 대해 즉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경기도의 소방차량 구입 예산과 순직자 추모사업비 삭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은 소방이 지방 사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생명을 걸어야 하는 직종인 만큼 처우와 안전 장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당 지도부도 장비 보충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지원을 담은 실질적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지사는 영결식에서 현장 안전과 근무 환경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순직의 슬픔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