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확대에 달아오른 HBM 시장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2026년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연간 설비투자(CAPEX)는 최대 7,6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아마존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2,200억 달러를 투자해도 수요 충족이 어렵다고 밝혔고, 2027년에는 주요 업체들의 투자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관련 시장도 엔비디아 중심에서 점차 다변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HBM4 매출이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며, 하반기 중 HBM 시장 점유율을 글로벌 D램 점유율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 구글 등 고객 기반을 넓히고 5대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으며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죠.
반면 SK하이닉스는 HBM2E부터 쌓아온 양산 역량과 품질 신뢰도를 무기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미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고,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개 기업과 LTA를 완료했는데요. 양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세대 제품인 HBM4E 샘플 공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기술 주도권 다툼은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호조 뒤에 숨은 먹구름, 단가 하락과 중국 추격
2026년 상반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정점을 지나 하락할 것이라는 피크아웃 우려가 함께 나왔는데요. 전문가들은 당장의 시장 불안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도, 진짜 리스크는 따로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신호는 수출단가의 하락 전환입니다. 현재의 강한 성장세가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투자에 기인한 만큼, 이 투자가 둔화되면 글로벌 수요가 꺾이고 수출단가도 함께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즉 단가 하락은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렸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또 다른 잠재 리스크는 중국과의 수출 격차 축소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13%에서 2025년 37%까지 크게 늘었는데요. 만약 양국의 수출 격차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이는 중국발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었다는 의미로 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창신메모리(CXMT) 등의 움직임이 당장 글로벌 판도를 뒤흔들기는 어렵고, HBM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한국 기업의 독점적 지위는 유지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경계는 필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과제
AI가 불러온 반도체 특수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특히 HBM4와 HBM4E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의의 경쟁은 기술력 향상과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호조가 곧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막대한 투자 확대의 이면에는 수출단가 하락과 중국 추격이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어, 이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빠진 부분을 채워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특정 고객사나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반도체 업계는 기술 주도권 다툼과 함께 잠재적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양손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