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에 잠깐 내려간 기름값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자마자 국내 주유소 가격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시행 첫날인 3월 13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39원 내려 1860원 선을 기록했고, 이튿날인 14일에는 추가로 12원 이상 더 떨어졌습니다. 경유 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하락하면서, 한때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쌌던 '역전 현상'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습니다. 이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적으로 상한선을 설정한 첫 사례에서 나온 즉각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에게 최고가격을 위반하는 '바가지 주유소'를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죠.
팔수록 적자라도… 주유소의 선택과 소비자의 환영
이 같은 가격 하락 뒤에는 주유소들의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일부 주유소, 특히 알뜰주유소들은 가격을 리터당 100원 이상 대폭 내리며 선제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하루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곳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낮춰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겁니다. 한 주유소 운영자는 "팔수록 적자지만, 안 팔면 더 큰 손해"라고 토로했습니다. 반면, 고가에 들인 재고가 많거나 임대료 부담이 큰 일부 주유소들은 가격 인하에 소극적이어서 지역별, 주유소별 가격 차이는 여전히 큽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하락세가 반갑기만 한데요, 주유소 현장에서는 "오랜만에 가득 넣었다"는 소비자들의 말이 나올 정도로 체감 효과가 컸습니다.
상한선 제도의 성공을 가로막는 역풍들
그러나 이 조치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가장 큰 변수는 국제 유가입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유가는 오히려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유업계는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가 걸리지만, 이번 최고가격제로 인해 그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됩니다. 설정된 공급가 상한선이 시행 직전 평균 공급가보다 낮아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을 심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죠. 이에 카드사들은 고유가 시대를 대비한 듯 다양한 주유 할인 카드와 캐시백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유치하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정부의 강력한 감시와 시장의 자발적 참여로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근본적인 에너지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정책 패키지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