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점령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발언은 쿠바 전역을 덮친 대규모 정전 사태와 맞물려, 중남미 지역에 새로운 정치·군사적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쿠바를 점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자리에서는 “해방하든 접수하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쿠바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과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압박, 베네수엘라 모델을 벤치마킹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했던 전략과 유사합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쿠바 정부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사퇴를 공식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더 나아가 피델 카스트로의 이념을 고수하는 고위 관료들의 퇴진과 정치범 석방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쿠바의 실권자인 카스트로 가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권 자체를 교체하기보다, 현 정권이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도록 압박하는 ‘베네수엘라 모델’을 쿠바에 적용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를 먼저 해결한 후 쿠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봉쇄와 노후망이 초래한 쿠바의 전력 대참사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쿠바의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있습니다. 지난 3월 16일부터 17일 사이, 쿠바 전역에서 국가 전력 시스템의 ‘완전한 단절’이 발생했습니다. 1,100만 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정전 사태에 시달렸고, 당국은 긴급 복구 작업에 착수했지만 원인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는 수개월째 지속된 미국의 강력한 석유 봉쇄 조치와 노후된 전력 인프라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미국은 쿠바의 주요 동맹국이었던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석유 수송을 차단하고, 쿠바에 연료를 공급하는 제3국에도 고액의 관세를 위협해 왔습니다. 연료 부족은 발전 설비 가동을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낡은 송전망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 겁니다.
협상인가, 붕괴인가? 불확실한 쿠바의 미래
이러한 위기 속에서 쿠바 정부의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나설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오스카 페레스올리바 프라가 부총리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인 및 후손들과의 ‘유연한 상업 관계’ 구축에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경제 봉쇄를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안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심각한 에너지난과 식량 부족은 민심 이반과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시간 정전에 항의하는 평화적 시위가 공산당 당사 방화 등의 폭력 사태로 비화하기도 했습니다. 쿠바 정부는 폭력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근본적인 경제난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부 불안정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과 군사적 위협이라는 이중 전략을 고수하는 가운데, 쿠바의 앞날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