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안 통과와 기권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사와 탄핵 과정에서 방어권만 강조했던 권고를 반성하는 대국민 사과안을 의결했습니다. 당초 포함됐던 권고 폐기안은 빠지고 사과안만 통과됐습니다. 표결에서는 진보 성향 위원 6명이 찬성했고, 보수 성향 위원 3명과 김용직 위원이 반대했으며 안창호 위원장은 기권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방어권 보장 권고는 존중돼야 하고 사과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조직 안정화를 위해 별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기권을 책임 회피로 보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외부 자문과 내부 반발
안 위원장은 의결 직전 헌법연구관 출신 황도수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고 14쪽 의견서를 전원위원회에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황 변호사는 인권이 권력에 아부하는 데 쓰이면 인권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논지를 폈습니다. 또 살인범에게도 인권은 있으며 내란죄 범인이라도 절차는 보장돼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을 인용했습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내란 옹호로 비칠 수 있다는 반발과 사과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안 위원장은 숙고가 필요하다며 안건 상정을 두 달 넘게 미뤄왔고, 위원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외부 전문가와 소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권위 노조와 시민단체는 즉시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사퇴 요구와 남은 쟁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는 내란으로 인한 국민의 인권침해를 기각하고 반민주적 운영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고 비판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도 조직 안정화 논리를 책임 회피 변명으로 규정했습니다. 시민단체는 320명의 이름으로 안 위원장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진행 중입니다. 안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약자 혐오 발언을 해왔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구제 진정을 무시했으며 사회적 참사 관련 국회 특별법 의견을 거부한 것으로 비판받아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권위 간부들이 보직을 반납하는 등 내부 갈등도 이어졌습니다. 이번 사과가 신뢰 회복 계기가 될지, 안 위원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독립성과 공정성 회복의 관건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