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감사위 독립을 둘러싼 갈등
정부와 농협개혁추진단이 추진하는 농협 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입니다. 정부는 농협의 내부 감시 체계가 이미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사위원회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윤원습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조합원 직선제와 감사위원회 외부화를 끝까지 관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농협 개혁에서 가장 타협할 수 없는 부분으로 정부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인력 운영비 증가와 경영 안정성 저해를 우려하며,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가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막대한 운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개혁 속도를 늦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천억 원대 비용 추산의 차이
양측의 대립이 팽팽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비용 계산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협은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에 450명에서 500명의 인력과 약 1,50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와 개혁추진단은 기존 인력 250명과 500억 원 규모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서, 감사기구의 규모와 권한 범위를 두고 본질적인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감사 방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내부 조직을 통한 통제가 더 효율적이라며 정부의 감독 기능 미흡을 지적했고, 남성민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농협 내 제 식구 감싸기식 감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독립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양측의 주장에는 각자의 논리가 담겨 있어 쉽게 한쪽으로 기울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인적분할로 바라보는 지배구조 개편
1차 개혁안이 교착 상태에 빠진 사이, 개혁추진단은 2차 개혁안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핵심은 중앙회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인적분할 검토입니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100% 소유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분리하여 일선 지역 농협 조합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앙회의 과도한 지배력을 낮추고, 권한을 실질적으로 분산시키려는 취지입니다.
경제지주 이사회의 중복 의사결정 구조 개선도 함께 추진됩니다. 현재 경제지주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이 중앙회에서 다시 의사결정을 거치는 비효율을 없애고,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원승연 농협개혁추진단장은 조직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책임성과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부 감사위원회가 이러한 원칙을 실현하는 필수 장치임을 거듭 밝혔습니다.
사실 농협 개혁은 단순히 하나의 제도를 바꾸는 문제가 아닙니다. 조합원의 권리를 확대하는 직선제, 내부 감시의 독립성, 그리고 거대 조직의 권한 분산이 동시에 얽혀 있는 복합적인 과제입니다. 앞으로 각 안건이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되더라도, 농민과 조합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개혁의 궁극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