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땅값 재평가 기대감이 몰아친 날
증시에서 ‘자산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서울 요지에 땅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가 잇따라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하림지주가 있습니다. 하림지주는 12일 장중 8%대 상승을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이틀 연속 급등세를 보인 건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대한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 추진 소식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결과입니다. 투자자들은 이 개발 사업을 통해 하림지주가 보유한 토지의 잠재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죠.
이런 흐름은 비단 하림지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KCTC, 삼표시멘트, 롯데칠성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알짜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도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고속버스터미널 개발 테마에 이어 ‘양재동 테마’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테마주의 빠른 상승세는 늘 그렇듯, 과열 가능성에 대한 경고와 함께 찾아옵니다.
개발 계획과 잠재적 가치, 기대감의 원천
하림지주가 주목받는 직접적인 이유는 자회사 하림산업을 통해 추진 중인 양재동 개발 사업입니다. 하림그룹은 2016년 약 4525억 원에 이 부지를 매입했는데요. 계획은 지하 8층부터 지상 59층 규모의 첨단 물류센터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겁니다. 최근 설계 변경 결정 고시가 나오면서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대형 개발 사업은 단순히 토지 매각을 넘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준공 후 자산 가치 상승까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합니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이 자산 재평가를 통해 영업외수익으로 연결되거나, 직접 개발해 매출을 창출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방이 보유한 영등포 타임스퀘어처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금고’ 같은 자산에 대한 평가가 다시 주목받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제2의 천일고속’을 찾는 투자 심리와 그 이면
급등하는 주가를 보며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과거 천일고속의 사례를 떠올립니다. 천일고속은 M&A 기대감에 주가가 폭등했던 대표적인 테마주였죠. 투자자들은 하림지주를 비롯한 자산주들이 오랜 기간 저평가되어 왔고, 보유 자산의 잠재력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숨은 진주’를 찾는 심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기업은 대체로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보이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보유 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투자에는 명확한 위험 요소도 함께합니다. 테마주 투자의 고질적인 문제인 높은 변동성이죠. 하림지주도 12일 장 초반 23% 넘게 급등한 뒤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하며 변동성을 드러냈습니다. 천일고속의 경우도 상한가 행진 후 급락한 전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발 사업의 구체성과 현실성, 기업의 재무 건전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채 흐름만 쫓는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유동성과 테마의 순환, 앞으로의 시장
자산주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증시에 넘쳐나는 자금이 새로운 테마를 찾아 움직이는 과정에서, 확실한 실적보다는 ‘스토리’와 ‘기대감’에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홈플러스가 하림과 협업해 ‘하림 닭볶음탕면’을 선보이는 등 관련 소식이 주가 변동에 영향을 준 점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의 흐름은 개발 사업의 구체적인 진전과 더불어, 경기와 정책 환경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규제와 시장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건 뜨거운 기대감과 냉정한 현실 감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태도일 겁니다. 단기적인 테마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기업이 가진 자산의 본질적 가치와 사업 성공 가능성을 차분히 평가하는 자세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