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40년 전 병역 논란이 걷잡을 수 없는 파도를 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병적기록부 공개를 요구하며 거부 시 탄핵 소추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관련 기록이 모두 존재한다고 확인하면서도 공개는 신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방위병 시절의 기록이 현재 국방 수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기록은 있다지만 왜 공개는 안 되나
이번 논란은 안 장관의 방위병 복무 기간이 일반적인 14개월에서 22개월로 길어진 점에서 시작됐습니다. 야권과 일부 공익단체는 탈영으로 인한 추가 복무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당시 군 조사로 약 30일가량 추가 복무가 이뤄졌으며, 1985년 당시 재입소와 소집해제 기록이 모두 남아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기록 공개가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병적기록부 공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안 장관 측은 퇴임 후 기록 정정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이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기록 공개 거부를 진실 은폐로 규정했고, 장동혁 대표 역시 탄핵 청원 인원이 30만 명을 넘어섰다며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과거의 회피가 낳은 정치적 유죄
사실 이런 상황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도 병적기록부 공개를 회피했다가 정치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당시 이 후보는 기록상 오기로 인한 파장을 우려해 공개를 피했고, 결국 무혐의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명 과정에서의 회피가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칼럼을 통해 이 사례를 언급한 이태규 작가는 기록상의 오류에 대한 걱정보다 전면 공개를 통해 의혹을 씻어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장관은 장교가 아닌 첫 사병 출신 문민 국방장관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였던 군의 문민 통제 강화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죠. 취임 당시 계엄으로 인한 제복의 상처를 딛고 명예를 되찾겠다고 약속했고, 김용현 체제의 군복 정치를 국민을 위한 제복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개인 의혹이 개혁 발목을 잡을까
그러나 현재 국방개혁은 상당한 저항에 직면해 있습니다. 3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 과정에서 육군까지 반발하고 나섰고, 서강대교 회군 지시 관련자가 종합특검 피의자로 입건되는 등 내란 청산 작업도 매듭짓지 못한 상태입니다. 결국 안 장관의 병역 의혹이 국방개혁 의제와 맞물려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되면서 국방부의 소신 있는 행보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론 40년 전의 기록을 가지고 현재의 국방 수장을 심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다만 국방부 장관이라는 직책의 무게와 탈영 의혹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기록 공개를 통한 투명한 해명이 오히려 개혁 동력을 지키는 길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 의혹이 해결되지 않으면 추진 중인 군 개혁마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안 장관의 선택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