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멈춘 세운지구, 종묘 경관과 개발 사이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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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4일 오후 7:47

발행: 2025년 12월 4일 오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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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지연된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도 제한 완화 추진으로 재점화됐으나, 종묘 경관 훼손 논란과 세계유산영향평가 문제로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개발 이익으로 녹지축을 조성하는 '결합개발'을 주장하는 반면, 문화재청은 경관 보존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업 동의를 위한 주민들의 의사결정과 한호건설의 토지 매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실타래가 많아, 문화재 보존과 도시 재생 사이의 합의점 모색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다시 시작된 논쟁의 장

서울 종로구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이 다시 한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지 20년이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했던 이 사업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운4구역 고도 제한 완화를 추진하며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움직임은 종묘 경관 훼손 논란과 세계유산영향평가 문제로 인해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문화재 보존과 도시 재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죠.

세운지구, 특히 세운2구역과 4구역은 노후화가 극심한 상태입니다. 58년 역사의 세운상가를 비롯한 건물들은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상권은 쇠퇴하며 공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이 같은 현실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주민들은 사업 지연으로 인해 월세 수입이 끊기고, 이주대책비 대출 이자가 원금을 넘어서는 등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마주선 두 개의 가치

서울시의 핵심 계획은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 제한을 완화해 민간 사업성을 높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 이익으로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결합개발 방식'입니다. 북악산에서 종묘를 거쳐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들어 서울 도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죠. 오 시장은 "문화재 보존과 도시 발전은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반면 문화재청을 비롯한 반대 측의 우려는 명확합니다. 140m가 넘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의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제한된 높이 안에서 연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건폐율이 높아지면, 종묘에서 바라보는 남산 방향 시야를 가로막는 거대한 콘크리트 병풍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해괴망측한 계획'이라고까지 표현한 배경에는 이런 우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풀어야 할 실타래

논쟁의 한가운데에는 법적·제도적 걸림돌도 있습니다. 바로 세계유산영향평가 문제입니다. 현재 세운4구역은 공식적인 평가 대상 지역이 아닙니다. 따라서 평가를 받으려면 사업 시행자인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오 시장은 주민들이 추가적인 사업 지연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보며,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은 또다시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한호건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운4구역 토지의 약 30%를 보유한 이 회사는 개발 이익을 포기한 채 매입 원가 수준으로 SH공사에 매각하겠다는 강수를 뒀습니다. '고가 매각' 논란을 차단하고 정치권 정쟁에서 벗어나 빠른 매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그러나 SH공사는 2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어 신중한 입장이고, 개발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토지에 민간 매수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찾아야 할 합의점

오세훈 시장은 정부의 비판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며 과거 정권에서 이 지역 개발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제 와서 종묘 일대에 관심 있는 척 하지 말라"며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공격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해법은 상호 비난이 아닌,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는 데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한 개발 논쟁을 넘어, 역사 유산을 어떻게 현대 도시 안에서 살아 숨 쉬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20년을 기다린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문화재 보존의 가치, 이 둘 사이에서 서울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